이 나무의 인생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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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11-09-29 22:58 조회3,759회 댓글4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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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의 인생역정
-오래된 나무의 분갈이 이후의 모습 vol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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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옛날 옛적에 산골에 노인 부부가 살았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잘먹고 잘 살았다더라 하면
말짱 황입니다.
그래도 구절양장 돌아나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읽고 듣는 재미가 생겨납니다.
우리 사는 것은 조금 다르지요.
우리야 늘 "오늘도 무사히" 가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이 나무는
분생활 30년을 거치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나무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변화를 할 때마다
이 나무는 중요한 것을 하나씩 잃었습니다.
그렇게 잃어가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이
마치 인생을 닮은 것 같아 여기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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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재의 모습
2000년, 예솔에 들어온 직후의 모습입니다.
자연 근상으로 뿌리에서부터 줄기로 올라간 흐름이 좋아
예솔지기가 좋아하는 수형입니다.
그러나 이 나무는 오랜동안 제대로 관리 되지 않아
오른쪽으로 뻗은 중요한 가지 하나가 말라 버렸고
그 외에도 속가지가 멀어지고
나무의 세력이 아주 쇠약해져 있어
한눈에도 문제가 보이는 그런 작품으로
예솔에 단체로 입성한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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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뒷모습
죽은 가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의 바란스도 엉클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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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나니
남은 것이 별로 없네요.
그러나 이 나무는 뿌리 흐름이
맨 아래쪽 가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줌으로써
한가닥 희망은 남겨두었습니다.
이 부분만 잘 살리면
중품 해송으로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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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지를 잘라낸 뒤의 뒷모습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아도 줄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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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차 최종 모습(2002년)
윗부분을 사리처리하고 난 다음
아랫가지에 철사를 걸어 모양을 만들었지만
잎이 길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윗부분으로 올라간 뿌리의 흐름을 잘 살려서
오른쪽으로 뻗은 가지의 모습을 세밀히 다듬으면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만큼은 회복될 작품입니다.
이 가능성마저 없었다면
이 소재는 아마 땔감 신세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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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차 최종 모습(2009년 5월 3일)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이 나무는 오랜 시간 새로운 가지들을 키워내
이 모습으로 예솔분재 쇼핑에 올라왔습니다.
가지 하나를 위로 세워 수관부분을 만들고
전후 좌우 가지들을 배열하여
뿌리와 줄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이대로 잔가지를 채우고 나무를 만들어가면
나름대로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시기만 해도 재배목 근상들이 이 작품 가격에 판매될 정도인데다
이 작품은 산채목이라서
그 가치가 재배목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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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뒷모습
이 나무는 이 모습 그대로
부산으로 시집을 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던
맨 오른쪽 뿌리가 죽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이 나무 자체가 워낙 건강하게 성장했기에 믿기지 않으면서도
일단은 잘라내지 말고 그대로 두었다가
사리처리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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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만에 되돌아온 이 나무.
한마디로 참혹했습니다.
세 개의 뿌리가 받쳐주던
유연한 줄기의 흐름은 보이지 않고
미친년 산발하듯 우거진 잎과 가지.
거기에다가 종전의 세 개의 뿌리가 만들어내던 안정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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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뒷모습
뒷모습을 보아도 별반 나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거진 가지를 헤집어보니
어떤 줄기의 흐름이 보였습니다.
맞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나름대로 새로운 작품이 하나 나오겠다.
다행히 나무는 아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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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새롭게 정한 정면
나무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 부분을 새로운 정면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줄기의 흐름이 보였고
뭔가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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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줄기를 굽히다.
줄기의 곡의 흐름을 살려 일단 이렇게 굽혀보았습니다.
전후 가지 배열이 보이고
수관으로 쓸 가지가 위에 보입니다.
이중에서 몇 개 가지만 정리하면
이 나무는 신부처럼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열심히 묵은 잎을 솎아내며
나무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도록 하는 일.
군데군데 탄력을 받아 힘차게 자란 순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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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가지를 정리하면서
어때요? 앞으로 성장할 그림이 보이시는가요?
일단 이 나무의 줄기 위에서 아래로 구부러지는 부분에
기존의 사리로 수관부의 흔적을 남기고
밑에서 가지 하나를 중심으로 세워
수관부를 만든 다음
줄기는 굽이치는 큰 강처럼 아래로 흐르도록 했습니다.
거기에 마지막 줄기를 하나 떨어뜨려
낙지의 운치를 살려보려 했는데
이 줄기의 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 작업 과정에서 오른쪽 큰 가지 하나를 잘라내었고
뒤쪽으로 길게 자란 가지도 짧게 잘라
앞뒤의 폭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떨어진 부분은 세 개의 줄기가 있었는데
이 부분 역시 두 개만 남기고 잘라낸 다음
수평으로 처리하여 밑에 떨어진 낙지와 수평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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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뒷모습
뒷모습도 적당히 마음에 듭니다.
행여나 이쪽을 정면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하여
이리저리 한참 고심을 했었는데
일단 줄기의 흐름이 영 아니어서
이번에는 이 부분을 뒷모습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자. 앞으로 어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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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옆모습
이왕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거. 옆모습은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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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줄기의 흐름
요게 그래도 세월을 좀 묵었다고
제 맘대로 줄기가 휘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3.5mm 철사 세가닥으로 감아
약간씩 비틀며 휘었습니다.
그래도 밑으로 당겨야 할 부분은 철사로만 안되어
타이를 이용했는데
분재를 하다보면 이 타이가 의외로 쓰임새가 많습니다.
옆에 말안 듣는 아이가 있으면
수갑대신 두 손을 묶어두어도 효과 만점입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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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차 최종 1차 마무리 (2011.9.25)
이렇게 일단 이 작품은 소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줄기의 고태미를 보면 완전 노인인데
장강처럼 휘어져 흘러가는 줄기는 아직 젊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꿈을 꾸게 됩니다.
일단 이렇게 완성을 해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마음이 흡족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무엇인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눈에 거슬리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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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차 최종 1차 마무리 (2011.9.30)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오른쪽 맨 하단의 가지 하나를 잘라내었습니다.
비로소 나무가 훤해진 느낌입니다.
일단 이 가지를 잘라내었더니
나무가 오른쪽으로 흐르는 모습이 분명해지고
전체적으로 한가롭고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5년.
이 나무의 미래가 얼른 보고 싶습니다.
이러니 분재하는 사람들 어리석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늙어가는 줄은 모르고
이렇게 세월만 빨리 가기를 고대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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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작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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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작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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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행복한 삶 이루십시요.
예솔지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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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배영태님의 댓글
배영태 작성일너무나 파란만장한 사연이네요...현재 모습 대단한 변신 이네요.
나기술님의 댓글
나기술 작성일
나무도 사람처럼 사주팔자를 잘 타고 태어나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잃은것만 있으니 소나무가 팔자를 잘 못 타고났나 싶기도 합니다.
이제 아픈상처 다잊고 예쁜모습으로만 변해가서 사랑많이 받는나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명웅님의 댓글
김명웅 작성일아! 이렇게 되는군요...
최규근님의 댓글
최규근 작성일중병에 걸리면 반듯이 명의를 만나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