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보시절 1 - 분재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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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5-06-02 10:14 조회3,943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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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 시절1
여기에 올리는 글은 지난 1999년 무렵
나름대로 분재 역정을 기록하면서
초보 분재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지금 예솔에 접속하시는 분들중에는
초보 분재인들이 많아 다시 편집해서 올려드립니다.
올리는 글에 대하여 리플이 다섯 개 이상 달릴때마다
후속편을 올려드릴 예정입니다.(공갈 협박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내가 분재를 처음 본 것은
1988년 순창에 부임하고 나서였습니다.
학기 초에 가정 방문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집집마다 깨진 양은그릇이며 화분조각,
심지어는 구멍 난 밥솥에다까지
소나무며 느티나무, 단풍나무 한두 그루 가지지 않은 집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그저 눈요기 삼아 바라볼 뿐
김제 허허벌판에서 겨우 소나무 몇 그루,
미루나무나 바라보던 나는
나무가 참 재미있고 이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한 동갑내기 선생님 댁을 방문하면서
화분에 즐비하게 심어져 있는 [분재]를 가리키며
어디에서 구했는지 물으니
산에 가면 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산에서 나무를 캐다가 심으면 분재가 되는 줄 알고
나도 산에 데려가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는 것이었어요.
이후 주말이면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만사 젖혀 놓고 곡괭이 한 자루, 톱 하나,
그리고 마대포대 하나,
덕분에 우리 집 사람은 산길을 걸으면서 조는
재미있는 버릇도 생기게 되었구요.
한 나무 한 나무 닥치는 대로 캐다가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사토를 사다가 분에 심는 작업이 지속되었습니다.
주로 이 고장에 많은 느티나무를 캐는 것이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내가 느티나무라고 캔 나무를 보더니
서어나무라고 했습니다.
느티와 서어나무도 구별하지 못했던 거지요.
더구나 아랫부분에 고목이 진 나무는 절대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이 좋은 나무인줄 알았으니까요.
그 와중에서 밤나무 밭에서 발견한 느티나무는
지금도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좋은 나무를 캐기도 하였습니다.
미끈한 수피에 상처 하나 없이 고목의 모습으로 자란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가격도 모르면서 육백만 불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무 한주 한주가 늘어나면서
셋집으로 살던 집 곳곳이 나무로 밟히게 되었습니다.
봄이 오고 새순이 터오고
그걸 바라보며는 세상의 근심이 따로 없는 듯 했습니다.
월요일마다 몸이 녹초로 지쳐나도
그저 한그루 한그루 늘어나는 나무가
마냥 행복하기만 했으니까요.
그때 주로 캔 것이 느티나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밤나무 밭주인이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해마다 가지를 친 것이
그렇게 아름다운 분재 소재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결혼 이듬해
드디어 우리집을 사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한 해 동안 열심히 캐다 심은 나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많이들 죽어나갔구요.
고목진 나무는 캐지 마라.
이 불문율을 몰랐던 거지요.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는 나는
그저 볼품없는 나머지 나무라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집 뒤란에 분재대를 만들었습니다.
물을 주면 흙물이 튈까봐 시멘트로 바닥을 하고
그 주위에는 돌을 주어다가 쌓고 하면서 일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끼는 나무일수록 자꾸 죽어나가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지만 고작해야 "내껀 안죽는디?" "그냥 키워!" 가 고작이었지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키우는 느티나 까닭도 모른 채 죽어가는 단풍나무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 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키우는 방법, 물주는 방법도 모두 나와 있는데
그런 것은 나와 있지 않았던 거지요.
나무를 오랫동안 캐서 가꾼 사람들한테 물으면
단풍나무는 산지의 흙을 가져다가 분에 심을 때 같이 심으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는 초보였고 충실한 학생이었으므로 따라 했지요.
그러나 그 나무 역시도 2~3년 지나면
영락없이 끝가지부터 마르면서 죽어나가는 것이었어요.
그래도 한두 주 쓸만한 나무들은
비싼 돈을 들여 고급 분을 사다가 분갈이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지요.
봄철이 되면서 나무들은 아예 싹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누렇게 변하면서 죽어나가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슬그머니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 무렵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댓글목록
조재근님의 댓글
조재근 작성일
저의 95년도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완도에 가면 동백이 많다고 하여 소재목을 구하러 04:00에 출발하여 완도까지 가 본 적도 있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님은 원장님이 되셨네요.
(사실 저는 그 당시 낚시와 잡기에 더 빠져있었거든요.ㅎㅎㅎ)
다음이 기대가 됩니다.
최석진님의 댓글
최석진 작성일
그때 그 당시에 본인은 낚시대 하나 들고 버스타고 바다낚시에 한창 빠졌을 때인데...
참 부러워유! 지금이......
박상제님의 댓글
박상제 작성일낚시와 분재는 = 다? 요상시럽게 낚시좋아하는사람들은 분재를좋아하더군요 제생각엔 자연을 젤잘바라볼수있어서..그자연을 우리집마당? 혹은 베란다? 아마 곁에두고싶어하기때문일거라생각합니다 지도 무쟈게 낚시광입니다 바다민물,
김경종님의 댓글
김경종 작성일ㅋㅋ 저도 꼭같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선배님! 다음을 기대해도 될까요 ㅎㅎ
최강삼님의 댓글
최강삼 작성일어느 한 분야에 베테랑이 되어 있을 때를 보면서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옛 시절을 상상해 내기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세상에는 그냥 얻어지는 어느 것 하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마음만 앞서가니...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옷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쉽지 않은 옛 시절 이야기를 들려 주시니 그 어떤 분재 다루는 기술을 얻는 것에 앞설 선생님의 좋은 이야기 기대 됩니다.
이성열님의 댓글
이성열 작성일
고목진 나무을 케지마라는 불문율이 무엇입니까
고목진 나무...
예솔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