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보시절 2 - 소나무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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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5-06-03 10:04 조회3,239회 댓글1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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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 시절 2
전편 글에 대하여 낚시를 하다가 분재를 하셨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예솔지기 역시 마찬가지였답니다.
여기는 섬진강 줄기가 지나는 곳이라
강낚시의 묘미를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지요.
하여 목요일 저녁쯤 황토에 깻묵을 섞어 밑밥을 만들어 던져놓은 뒤
토요일 오후부터 낚시를 준비하는 맛이란.....
밤을 꼬박 새우다보면 낚싯대를 휘며 끌려나오는 붕어들....
그러나 어느순간 낚시에서 손을 떼고
이젠 분재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생각해보면 똑같은 자연을 상대로 한취미이지만
생명을 죽이는 취미와 생명을 살리는 취미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도 후에 깨닫게 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한마디로 과보호를 했던 거지요.
다른 나무보다 한 번 더 만져주고,
조금이라도 거름을 더 주고
새순이 자라나오면 즉시즉시 잘라주고.
나무가 자랄 새가 없었던 거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나무 역시 과보호는 금물이라는 것을
수많은 나무들을 죽이고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장소 문제였습니다,
하우스는 좁고 바닥이 시멘트라서
겨울 한낮에 비추는 햇빛에 하우스 안의 온도가 높이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
그 심한 일교차를 나무가 견뎌내지 못했던 거지요.
아시다시피 나무도 겨울잠을 자야하는데
일교차가 심하면 나무가 몸살을 앓다가 죽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무조건 고급 분에 분갈이하면 죽는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나는 단순한 사람이었던가요.
이런 시행착오 끝에 소나무에 도전했습니다.
분재 소재로 쓰는 소나무는
연륜은 많고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나무를 쓰기 때문에
주로 거름기 없는 척박한 땅을 찾아 다녔지요.
이른 봄에 멀리서 산을 바라보면
다른 곳보다 누런 곳에 가면 틀림없이 그런 소나무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한 야산에서 이런 나무를 무더기로 발견한 것입니다.
모양도 좋고 껍질이 고태스러우면서도
크기는 지금으로 말하면 중품에 해당되는 나무였어요.
무조건 캤어요. 잘 안 뽑히는 나무는
기운은 두었다 어디에 쓰느냐고 큰소리치면서
쑥 잡아 뽑았죠.
생각해보세요.
한나절에 맘에 쏙드는 소나무를 20여 주를 넘게 캤으니....
아하! 그런데 이걸 어떤 마사에 어떤 방식으로 심는지를 알아야지요.
그래서 당시 화원을 하는 학부모에게 물었더니
무조건 굵은 마사에 심으래요.
믿을 수가 있어야죠.
나무가 물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인데
물을 주면 금방 빠져버리는 마사에 심어서
소나무가 어떻게 살겠어요?
더구나 자기 집에서 관리하는 소나무는
보기도 좋게 가는 마사로 심어져 있더라고요.
당연히 가는 마사로 심었지요.
그리고 열심히 물을 주었구요.
그런데 이 나무들이 물주는 사람 성의도 모르고
하루가 다르게 잎색이 죽어 가는 거예요.
물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하고
아침저녁으로 더 열심히 주었죠.
그랬더니 남은 잎마저도 모두 떨어뜨리고
마침내 배신의 쓴잔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먼저 선각자들이 소나무는 어려운 것이라 하더니
이래서 그러나보다.
저는 참으로 대단한 이치 하나를 터득했습니다.
선각자들이 하는 말이 결코 허언이나 하는 것이 아님을요.
그 후로 소나무는 기피대상이었어요.
좋은 나무를 만나도
캐다 놓으면 죽을텐데 하면서 그냥 지나쳐갔죠.
그리고 느릅나무에 손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어요.
우리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어느 양옥집에서 잠시 살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나무를 놓을 데가 없어 옥상에 놓았었어요.
아무리 물을 많이 주어도
하루 지나면 분이 바짝 마르곤 했죠.
그런데 그 나무는 여태 건강한 거예요.
이건 분명 물과 관련된다 싶어 책을 뒤져보았죠.
그랬더니 글세 외우다시피 한 책에
소나무는 물을 너무 자주주면 안된다고 적혀있는거예요.
제가 무엇을 공부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책을 읽어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은
이런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깨달았고요.
문제는 물을 자주 주는가 드물 게 주는가가 아니라
물빠짐이 좋은가 나쁜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된다는 것은
한참 후에 깨달은 내용입니다.
그때 누가 있어 곁에서 조언만 해주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터인데.
하여튼 스승이 없으니 독학을 하긴 계속 해야죠.
그러면서 저 나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단단히 다짐했어요.
나무가 죽으면 왜 죽었는지 철저히 분석해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거지요.
소나무, 특히 육송은
뿌리가 균근(이 균근이 송이버섯으로 자란다는 거 아세요?) 과 함께
공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 균근이 물을 싫어해서
물을 많이 주면(더 정확히는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소나무가 뿌리부터 썩어 들어가요.
그리고 솔잎 자체가 가늘기 때문에
활엽수에 비해 증산량도 상당히 적구요.
나름대로 비법이야 많겠지만
가는 흙을 모두 빼내고 휴가토와 마사를 섞어서 심어요.
그리고 대작인 경우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중품 이하는 매일 물을 주지요.
그렇게 5개월쯤 지나면 분 밑구멍까지 하얀 균근을 볼 수 있어요.
소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멋을 내려면 가는 흙을 체로 쳐서 빼낸 가는 마사로 위만 살짝 덮지요.
제가 화원을 하는 학부모 댁에서 본 것이
그런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미 나무는 죽어서 흔적도 남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잘 키워야죠.
이렇게 어렵게 소나무를 키우고 보니
이젠 소나무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어요.
그런데 느릅나무가 문제였어요.
봄에 논둑 밭둑 헤집으며 열심히 캐어 나른 느릅나무가
싹이 돋다가 죽는 거예요.
이 나무의 잔가지며 뒤틀려 자란 줄기며
자잘한 잎하며 하여튼 맘에 드는 나문데 이걸 어떻게 정복하죠?
(지난 회처럼 리플 다섯 개 달리면 계속됩니다.)
댓글목록
이성운님의 댓글
이성운 작성일경험담 잘보고 갑니다
김경종님의 댓글
김경종 작성일아고~~~ 리플 달기도 어렵다 ㅎㅎ 이것도 숙제인데 열심히 달아야죠? 선생님도 좋은? 냉기 많이 버렸네요 ㅋㅋ
박정식님의 댓글
박정식 작성일느릅도? 왜 그랬을까요?
최석진님의 댓글
최석진 작성일인자 부터 낚시는 집어치우고 예솔지기님 집 옆으로 집을 옮길까? 말까? 우짜면 과정이 비슷 할까?! 그러나 지금은 참 비교되네 예솔지기님은 명인이시고 본인은 피래미고.....
조필호님의 댓글
조필호 작성일서울쪽에 예솔 분원을 만들어 주세요...ㅎㅎ(무리한 부탁인가요?)
조재근님의 댓글
조재근 작성일
가끔 낚시하는 것도 좋아요. 꼭 고기를 잡아야한 하나요.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세상사를 잠시 잊고 지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떠납니다.
임성두님의 댓글
임성두 작성일바람에 흐날리는 나무잎도 좋구....확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갯바위도 좋으니........ㅎㅎㅎㅎ
주상규님의 댓글
주상규 작성일오~ 초보에게 이런 경험담이 어느 소설보다도 재미있네요. 계속 풀어푸시길..
박문교님의 댓글
박문교 작성일
갈증 나게하지마시고,확...........
쬐끔씩,찔끔찔끔 마옵소서,근무에 ㅈ지장 있어요
박세강님의 댓글
박세강 작성일낄낄거리다 보니 어느새 끝이네요..아..감질맛..이맛에 또 끌려와요..빨리빨리 올려주세요~~
양덕조님의 댓글
양덕조 작성일우와 머리에 소~옥 들어옵니다...감사합니다.
이승택님의 댓글
이승택 작성일정말 재미있네요. 또 올려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