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보시절 4 -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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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5-06-07 13:38 조회2,147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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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 시절 4
지난 주말 좀 바빴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회원님들이 찾아오시고
지나는 분들이 들리고
또 밀쳐둔 일을 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한나절이 잠깐이더군요.
그렇게 떡이 되어 자는 바람에
어제는 한주간의 소식도 올리지 못하고
이제서야 좀 정신차려 뒷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짬짬히 사스기꽃핀 모습을 찍어두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것은 언제쯤이나 사이트에 올리려는지.
그래서 일단 표지 모델만이라도 오랜만에 바꾸었으니
즐감하세요.
지난 주말 모습이랍니다.
그러나 위치라든지, 주위의 풍경이 맘에 들었어요.
이어 가격을 흥정했지요.
그랬더니 이 친절한 학부형님은 저보고 가만 있으래요.
모든 걸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주마구요.
그리고나서 계약이 이루어졌어요.
대금을 치르고 수고비로 얼마 안 되는 돈을 쥐어주고 나서
이전을마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데서 비어져 나왔어요.
수로를 치우기 위하여 노력 동원된
땅의 전 소유주와 우연한 이야기 중에
제가 산 가격하고 판 사람의 가격이
글쎄 5백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한 거예요.
내막을 알아보니
그 학부형이 철저하게 이중 플레이를 했더군요.
광주 모 선생이 땅을 산다고 하는데....로 시작해서
나름대로 작성한 시나리오에 따라
철저하게 상대에게는 나를 은폐시키고
나한테는 바쁘신데 나서지 말라고 위하는 척하면서
그 중간에서 농간을 부려 5백만 원을 가로챈 거예요.
제가 그 가격에 땅을 사겠다고 나섰으니
할말이야 없지만
세상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 실감이 가데요.
더구나 그 학부형이란 사람은
순창에있던 우리 집 바로 아랫집이 처가였고
더구나 저는 그때 그 사람의 아들을 담임하고 있었거든요.
이왕 시작한 김에 후일담 하나 더해줄께요.
이 사람 이 돈 받아다 잘먹고 잘살았을 거 같죠?
천만예요.
바로 후에 그 학부형의 안사람이 맹장 수술을 했는데
이 쉽고 간단한 수술이 잘못되어 배를 두 번이나 갈랐어요.
그 돈 모두 들어가고 사람은 사람대로 생고생했죠.
아마 그사람은 그돈 없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나제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 공짜 없다는 무서운 진리를 배우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이 일을 교훈 삼아
공짜는 원하지도 않고 바래지도 않게 되었어요.
이렇게 자신이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는 세 박자가 맞아야 해요.
첫째 경제적 여건- 아무리 맘이 굴뚝같아도 돈이 없으면 글쎄요.
둘째는 시간적 여건-이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죠.
교직이란 직업은 토요일 오후,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 방학까지 꼬박꼬박 챙길 수 있잖아요.
다음이 가족들의 동의.
물론 애먹었죠.
제 취미생활에 이런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는데
우리 집 사람의 눈이 치켜 떠질 수 밖에요.
그러나 제가 누구예요? 국어선생이잖아요.
온갖 사탕발림으로 동의를 이끌어 냈죠.
사탕발림요?
새싹 비빔밥 드시면서 우리 집사람보고 물어보세요.
우선 땅을 돋우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여기에서 또 다른 학부형의 도움을 크게 받게 돼요.
이 학부형이 처음부터 나서서
흙을 알아보고 중기를 알아보고 하면서
일을 마무리하더니 품삯을 거절하는 거예요.
지난번에는 사기 당해서 울고 이번에는 고마워서 울고.
어쨌든 이렇게 구입한 땅에 일꾼을 얻어서 나무를 심고 있으려니까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는거에요.
그 돈 가지면 편히 먹고 살지 왜 고생은 사서 하느냐구요.
맞아요. 만약 그랬다면 오늘의 예솔은 없었겠지만요.
나무를 심고 시간 나는 대로 풀을 뽑으러 다녔어요.
학교에서 끝나면 세 살배기 승준이와 함께 와서
풀을 뽑고 물도 주고 하면서 나무를 키웠죠.
그래서 한동안 우리 승준이는 아빠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학교에 가서 풀 뽑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어느날인가는 해떨어질 무렵까지 풀을 뽑는데
뒷산에서 부엉이가 우는거예요.
우리 아들 이 소리에 놀래서 품에 안겨드는데
아마 그녀석은 몰랐을거예요.
여기에서 제 녀석이 집을 짓고 살 게 될거라는 것을......
소나무 묘목이 나날이 커나가면서
저는 더 일에 열심이었지요.
초보 농사꾼에 의욕만 앞서는..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되요.
그날은 일요일이었어요.
아침 네 시에 일어나 농장에 가서 풀을 뽑다보니
열 한시가 다되어가고 있었어요.
배가 엄청 고프더라구요.
더구나 비까지 살살 내리길래 집으로 향했죠.
그러다가 우리 학부형이 운영하는 가든옆의 커브 길에서
그만 기억을 놓쳐 버렸어요.
사고였어요.
깨어나 보니 순창의료원 병실이더군요.
맨 처음 만난 사람은 지금의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이분이저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깨어나는 저를 보더니
"이런, 천운탄 사나이!" 하시는 거예요.
'사지가 쑤시고 안 아픈 데가 없는데 천운이라뇨?' 그랬더니
나중에 알게 될 거라고 하시대요.
제 몸을 살펴보니 어디 다친 데도 없고
부러진 곳도 없어 차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고치기 힘들 거래요.
얼마나 부서졌길레 하면서 사흘이 지나 동생 차를 타고 가보았죠.
그랬더니 차가 글세 가로수하고 부딪혀서
차대가 V자로 휘어있고
운전석을 지나 카스테레오 있는 부분까지 가로수가 박혔더라구요.
그날부터 저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되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살았느냐구요?
담에 갈쳐 드릴게요.
(지난 회처럼 리플 다섯 개 달리면 계속됩니다.)
댓글목록
박정식님의 댓글
박정식 작성일가끔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서 좋은 경우도 있지요.
최석진님의 댓글
최석진 작성일얼른 빨리 댓글 답시다아!
김경종님의 댓글
김경종 작성일누구나 다 그렇치만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ㅎㅎ. 비온뒤의 땅이 굳듯이 시행착오뒤엔 언제나 활짝 웃음이 가득하길 빕니다~~~~ 되었죠? ㅋㅋ
양덕조님의 댓글
양덕조 작성일우와 예솔지기님 책한권내셔야 되겠네요..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얼렁얼렁 보따리 풀어셔야되겠네요....^^......부럽습니다.....
이승택님의 댓글
이승택 작성일
우와!!! 내가 다섯번째다... 다섯번째...
정말 재미있습니다. 또 들려주세요. 그리고 세상에 절대 공짜가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공짜란 절대 없죠......
홍을표님의 댓글
홍을표 작성일
공짜좋아하는 사람치고 좋은사람 못봤습니다.
공짜를 빚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더군요....
그런면에서 우리모두 공짜를 멀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