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보시절 7-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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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5-06-14 15:57 조회2,541회 댓글1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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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 시절 7 -에필로그
이제 마지막 장이네요.
그간 나의 초보시절을 다시 연재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에필로그만큼은 다시 쓰다보니
찌끔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분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갖는 두려움은
대개 이 나무가 죽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출발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무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솔지기가 숱하게 많은 나무를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분재는 산채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예요.
제가 분재를 시작할 때만해도
분재라는 것을 구입한다는 개념이 희박했고
지금도 산채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걸로 알아요.
그러나 초보자에게 산채란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칼부터 빼들고 배를 갈라보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되겠지, 아니면 말고....
소재의 장래성이나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나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심만 당기면 지체없이 캐내는 잘못된 습관에
수없는 나무들이 속절없이 죽어갔던 것이지요.
나무 역시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살려고 하는 본능이 애처로울 때가 참 많아요.
그런 나무의 생리를 먼저 이해하면서 분재를 시작했다면
돌팔이가 칼들고 설치는 꼴은 면할 수 있었을 거예요.
두 번째는 노파심이었어요.
항상 들여다보면서 자꾸 손을 대는 것이
분재를 잘하는 것이라 믿었거든요.
사람에게 상처가 생기면 치료제 한번 바른 후
자연스럽게 치유되도록 그대로 두는게 상책이예요.
그런데 그걸 못참고 시간 날 때마다 건들었으니
살아난 나무가 오히려 신기할 정도지요.
아끼는 나무일수록 빨리 죽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지요.
분재 역시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둘 때 잘 자라게 되어 있어요.
지금은 나무 죽이는 것에 대해서 아주 초연한 편이예요.
잘 죽지 않거든요.
저는 이걸 운전에 곧잘 비유하는데
처음 핸들을 잡는 사람은 전방 보랴, 클러치 넣으랴, 기아 변속하랴.....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것은 염두에 두지 못해요.
옆에서 말만 붙여도 신경질을 부리죠.
그러나 한 일년 운전을 하다보면 슬슬 자신감이 붙게 되고
2~3년 정도 운전을 하다보면 교만해져서
운전하면서 장난치다 대개 사고를 치게 되지요.
그 단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운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분재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 물주랴, 순자르랴, 거름주랴, 농약치랴, 분갈이하랴 정신 없지만
그것을 어느정도 알게 되면
분재에 대해서는 박사가 돼요.
특히 초보자를 만나면
설명도 그럴듯하게 전문가가 따로 없을 정도가 되지요.
그러다가 벽에 부딪히고 절망하고
그렇게 분재계를 떠나는 분들도 있고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분재 지식을 들추어서
공식에 가져다가 딱딱 맞추며
입으로만 분재를 하게되는 경우도 허다해요.
그러나 분재가 예술인 까닭은 공식이 없기 때문이예요.
생각해보세요. 예술에 공식이 있다면
분재란 얼마다 단순하고 무미건조해지는지.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가 배운 지식을 버리지 못해요.
한번 배워 거기에 익숙해지고나면
마치 불문율처럼 떠받들곤 하는데
그 지식을 버리는데서 예술은 시작이 돼요.
그렇다고 배우는 것을 아예 포기하지 마세요.
아기가 달리기 위해서는 걸음마를 배워야 하듯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니까요.
이 과정을 참고 극복하면
비로소 전문가 칭호를 듣게 되는거예요.
어느 분야에서든지 베테랑이라든지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절망감을 끌어앉고 살았던 사람들이예요.
하여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하죠.
세상에서 가장 잘 달리는 이봉주나 황영조 같은 선수도
처음에는 걸음마부터 시작했다고....
많이 넘어진 사람만이 더 잘달릴 수 있다고.
그래서 간혹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하더라도
그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 글 읽어보시는 분들은
이제 더 이상 나무를 죽이지도 마세요.
여러분이 죽일 나무까지도
예솔지기가 미리 다 죽여 버렸으니까
여러분은 예솔 사이트를 길잡이삼아/b>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세 번째는 지식의 부족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분재 지식이나 기술은
철저하게 보호되는 노하우였어요.
당시 출간된 분재 서적이란 서적은 모두 달달 외다시피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책에 나와 있지 않았어요.
아니 나와 있더라도 책과 현실은 그만큼 달랐어요.
분재원에서는 분재 도구마저도 보여주지 않았고
작업을 하다가도 얼른 치우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그때 그 사람들은 그랬어요.
나무를 사가지고 가서 빨리 죽여야
또 사러온다고요.
그렇게 분재계를 기웃거리다 떠나가는 초보 분재인들은
안중에도 없이 팔기에만 급급한 시절이기도 했어요.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마츄어 분재인들도
우리 홈페이지가 만들어질 당시
분재 기술을 공개하는 것에 절대 반대였어요.
요즘 젊은애들은 머리가 좋아
일이년만 공부하면 수십년 공부한 자기들을 따라잡는다고요.
한마디로 수천만원 들여가며 공부한 것이
억울하다는 이야기지요.
딴은 그렇기도 했지만 제생각은 달랐어요.
저 역시 마땅한 스승도 없이
분재원을 하는 중에도 한마디씩 흘리고 간 단어들과
수많은 나무들을 죽이며 얻은 노하우와
달달 외운 분재 서적을 길잡이 삼아
오늘의 예솔을 일구어냈지요.
그리고 그 기술을 보급하고 공개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분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그나라 분재 실력은 아마츄어가 결정하거든요.
네 번째로 여러분들이 부러워하는 것중에서
이제 시작한 지 갓 10년밖에 안된 예솔이
이렇게 성장한 것에 대하여 부러움을 갖고 계시는 분들의 리플이 보이던데
그게 아니랍니다.
오늘의 예솔이 있기까지는 여러 가지 조건이 딱딱 들어맞았어요.
이 부분은 후에 자세히 기술할 것이지만
어쨌든 오늘의 예솔을 탄생시킨 주역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회원님들이었어요.
불원천리 머다않고 찾아오신 분들
그리고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예솔지기가 흔들릴 때마다 메일로 전화로 붙들어준
수많은 회원님들
그들의 격려와 사랑이 오늘의 예솔을 이룬 것이지요.
지금 예솔은 다시 꿈을 꿉니다.
국내 최대 분재원,
한국 분재의 중심으로는 아직 2% 정도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그 나머지 2%를 채우는 날
그 영광의 자리에 회원님 모두 같이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분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격의없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분재를 공부하면서
속임없는 자연처럼 우리네 삶도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분재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예솔이 바라는
분재 토피아의 모습입니다.
그곳에 이르기 위하여
더 많은 분들의 동행을 바라며 긴글 마칩니다.
그동안 긴 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김경종님의 댓글
김경종 작성일
조금은 아쉽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동안 재미있게 잘 읽었는데 이젠 끝이군요 ㅎㅎ
그렇습니다 시행착오끝에 얻은 지식의 습득을 발판삼아 오늘날의 예솔이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예솔이 바라보는 분재 토피아의 모습을 저희같은 초보들이 같이 공유하고 느낄수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하구요? 앞으로 많은 배움의 장이 될수 있도록 거듭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수고 많이 하셨구요. 내내 건강하십시요.
안병철님의 댓글
안병철 작성일
예솔지기님이 글 7편을 읽고 또 읽고 여러번 반복하여 읽고 있습니다. 지기님의 생각에 대해 여러 면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분재 기술을 공개하여 분재 저변을 넓히려는 면에 대해서 특히 공감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을 공개하지 않고 영원히 자기 것으로 한정하여 밑천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고, 단편적인 사고입니다.
그런 사고야말고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발전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식을 쌓는 목적은 지식 자체가 아니라 축적된 지식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나무의 생리에 대한 지식을 얻고 난후 그 지식으로부터 나무를 살리는 지혜를 얻을 때, 비로소 지식의 참된 가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분재 기술이 보편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분재에 취미를 갖는다면, 시장은 넓어지고 수준높은 작품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예솔지기님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오광석님의 댓글
오광석 작성일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선생님의 고귀한 경험을 토대로 저도 차근 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 나무를 사랑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의 글... 정말 고맙 습니다.
최강삼님의 댓글
최강삼 작성일
일곱편으로 나눠 들려주신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분재와 함께한 역경과 좌절 그리고 보람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이야기가 나무를 다듬는 기술보다도 분재를 아끼고 그리고 분재에 대한 전문인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그 방향과 골격을 세워주신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몇년을 두고 풀어내야 할 화두를 얻은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상호님의 댓글
이상호 작성일즐겁게 읽었습니다.다음에도 연재부탁드립니다
최규근님의 댓글
최규근 작성일
예솔지기님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구구절절 옳은 나무 이야기들을 잘 읽었습니다.
지금은 나무 한그루 마음 놓고 기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자연 환경이지만, 이 홈피를 통해서 대신 많은 향수를 달래며, 귀국의 그날에 청사진들을 가끔 그려보는 줄거움이 있습니다.
예솔의 많은 발전을 기도합니다.
서덕석님의 댓글
서덕석 작성일토종 씨앗으로만 고집스럽게 농사짓는 농부 이야기를 들은 적 있지요. 그분은 어렵게 갈무리한 씨앗을 주변에 나누어 주면서 토종의 우수한 점과 자연농법에 알맞는 특성을 알려주면서 토종의 가치를 알 만한 사람에게만 씨앗을 주지요, 안그러면 어느새 외래종과 섞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종만 판치게 되니까요. 주변에서 왜 혼자 꼬옥 잘 키우시지 않고 널리 나눠주느냐니깐 내가 키우는 것도 언제 끝이 올지 모르는데 그때가서 내가 얻어 오려면 키우는 사람이 많아야 하지 않느냐고 상식적인 대답을 하시드라고요. 분재도 저변이 넓어야 살아남고 정보와 재배기술도 보편화 될수록 우리 분재가 발달하여 일본 못지 않게 우수한 한국적 분재를 일구어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때가 멀지 않겠지요?
홍을표님의 댓글
홍을표 작성일
그동안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남은 2%가 다 채워지는 그날까지 늘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서기주님의 댓글
서기주 작성일
-그냥 서 있는 나무에서 시인은 삶의 의미를 발견해서 시를 쓰고, 음악가는 계절의 변화를 느껴 작곡을 한다.
분재를 하는 사람은 자기를 투영한 분재를 만들어 가는것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주변의 모든 사물에 담겨 있는 물성 이상의 무엇을 자기만의 눈으로 해석할 때 분재의 질적 수준은 높아질것으로 생각해봅니다.
그동안의 이선생님의 글을 의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구요.
발전과 행운이 항상 하시길---
이승택님의 댓글
이승택 작성일예솔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빨리 가을이 와야 예솔의 가을 저녁을 볼 수 있을텐데....
이창근님의 댓글
이창근 작성일예솔분재원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분재원으로 발전할것을 확신합니다 이미 최고라고 해도 이의를 재기하는이가 없을지도 모르죠 예솔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사실을 늘 생각해주시기바랍니다 예솔은 우리모두의 예솔입니다
김성준님의 댓글
김성준 작성일10년이라는 세월은 그리 짧은 세월이 아니건만...예솔지기님이 고생하신 것을 짧은 글 몇자로 느끼기에는 2%로 부족함이 밀려드네요.삭막한 아파트 건물에 갖혀지네는 우리들에겐 분재란 또다른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예솔의 번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