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의 지역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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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룡 작성일05-11-23 09:50 조회2,343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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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의 단풍이 시나브로 지면서
앞길도 조금씩 한가해집니다.
순창에서 예솔까지 15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한 시간 넘게 운전해왔다던 회원님의 말씀을 끝으로
내장산과 강천산의 단풍도 끝물이어서
오가는 차량들도 다시 뜸해지는 요즘입니다.
퇴근하고 나서 난로를 피우고
요즘은 밤 열시 전후까지 철사걸이를 하거나
가지를 정리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면서 영 수준이 떨어지는 소재는 한쪽으로 밀어놓고
다음에 덤핑을 원하는 차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소재나 작품들의 가지를 자르고
철사를 감다보면
학교 끝나고 와서 작업하는 네 시간 정도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그렇게 작업한 나무들을
몸에 붙은 이끼를 걷어내기 위하여 세척을 하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그 동안에 참 많은 생각들이 다가왔다가
시간의 틈새 속으로 조용히 사그라집니다.
요즘은 「예솔의 지리적 위치」 라는 화두를 생각합니다.
맨 처음 여기에서 분재원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경상도 관광객들의 내장산 가는 길목,
전주나 광주 사람들의 드라이브 길목이라는 것을 감안했지만
언젠가부터 한계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예솔을 방문한 한 회원님의 말씀처럼
서울 근교에만 있어도 매일 출근할 터인데
어쩌다
그리고 큰맘 먹어야 한번씩 내려오게 된다는 말은
다시 한번 예솔의 위치에 대한 절망감을 확인시켜 줍니다.
전라도만 벗어나면
최소한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도달하는 거리.
그것도 차가 밀리는 주말이면
왕복 열 시간 넘게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곳에서
예솔은 지금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망감은
분재라는 특성상 대개 눈으로 보고 사거나
살 마음이 없다가도
막상 실물을 보면 견물생심으로
한주씩 장만하는 사례에 비추어보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작품의 모든 것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솔에 방문하신 분들은 흔히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이런 분재원이 대도시 인근에 있었더라면…….
가정이지만 대도시 인근에는 예솔같은 곳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대도시 인근이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작품들이 남아있을 턱도 없을뿐더러
그만한 규모도 마련하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더구나 분재원이 단순히 상품만을 진열하는 곳이 아닌
작품을 배양하고 관리하는 곳이라 가정하면
대도시 인근에서 현재 예솔 같은 규모를 운영하려면
최소한 배후에 현재 예솔에 서너 배 정도 되는 분재원을
따로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솔은 궁벽한 곳에 위치함으로써
상당히 많은 좋은 작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예솔이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첫 번째 장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예솔이 지역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자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독특한 분재 사이트 하나를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 분재 조합이나 분재 협회
그리고 그 일본의 어느 사이트보다도 풍부한 컨텐츠를 보유하게 되었으니까요.
만약 예솔이 대도시 인근에 자리 잡았다면
최근에 홈페이지를 연 여타의 대도시 주변의 분재원처럼
지속적인 내용 보강이나 업그레이드는 없었을 것입니다.
나무를 사들이고 판매하기도 바쁜데
홈페이지까지 신경 쓰는 일은 별로 없었을 테니까요.
세 번째는 소비자 중심의 분재원 운영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만큼
그만큼 고생해서 찾아오신 만큼
예솔은 무엇이든 그분들에게 보상을 해드리려 합니다.
공개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그리고 모처럼 찾아온 분에게는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목이 아닌
평생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이나 소재를 권하고
그것도 불충분하면 언제든지 교환이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다 질 높은 분재 세계로 안내해왔습니다.
예솔의 분재를 싣고 돌아가시면서
헛고생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뭔가 뿌듯하고 남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예솔은 예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마지막까지 분재인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를
먼 거리만큼이나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하루종일 예솔의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단 한번 예솔지기와 마추친 적이 없어도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또 다른 회원님들
그들의 인간미를 잃지 않은 순수한 믿음과 성원이 있어
예솔은 외진 곳에서도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요.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최규근님의 댓글
최규근 작성일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나요, 예솔지기님의 말대로, 지리적 약점이 지금의 발전의 밑거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것들이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무한한 발전을 기대합니다.
김종빈님의 댓글
김종빈 작성일지기님의 정확한 진단입니다.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웁게 느끼는 분재원이 "예솔"입니다.전국의 회원님들이 항상 성원하며 싸이트를 방문하니 결코 지리적으로 먼곳이 아니라 생각합니다.10년-20년을 같이 할 회원들이 항상 곁에서 지켜봅니다.....
예솔지기님의 댓글
예솔지기 작성일김종빈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번에 올리신 소사 소품 어디로 갔나요? 제가 판매한 나무지만 너무 이뻐 리플을 달라고 보니 갑자기 사라졌대요. 그래서 한메일로 메일을 날렸는데 아직도 읽지 않으시궁..... 어쨌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