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린 날 밤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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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6-02-15 00:17 조회2,142회 댓글4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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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린 날 밤에 쓰는 편지.
정월 대보름 지나 내리는 비에 세상이 젖습니다.
아마 이 비는 잠자는 대지를 깨워
매화 향 앞세워 봄바람을 불러 오겠지요.
지난 며칠 예솔에 내렸던 눈도
이젠 많이 녹았습니다.
오늘까지
무너진 하우스의 나무들을 모두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그 막막함과
날라도 날라도 줄지 않는 나무들 때문에
쳐다보는 것마저도 두렵기만 했었는데
사람 손이란 역시 대단해서
새로 지은 하우스 460평을 모두 채우고
분갈이할 나무는 따로 모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하우스를 철거하고
분갈이를 진행하고
다시 야외전시장을 마련해놓은 뒤
카페 안의 나무들을 차근차근 꺼내놓으면
예솔의 봄도 활짝 피어나겠지요.
손이 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더구나 그 손이라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일의 진행 속도가 생각보다 더딥니다.
가지 하나 상할세라 신경을 써가며 하는 일이라
작업끝에는 속옷이 젖을 정도로 흠씬 땀도 흘러내리고
이쯤해서 컴퓨터 앞에서면
속에서 쓴 내도 가끔 올라옵니다.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그 나무들.
손길 한번 닿지 못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아온 나무들도
이참에 모처럼 주인의 손길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본 사람처럼 대면을 하고
또 손끝에서 잊혀질지 모르는 광장으로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갑니다.
그렇게 분재대를 채우고
빈자리를 채우다보면
제가 서야할 자리도 드러나게 되겠지요.
빚을 참 많이 졌습니다.
위로와 격려의 전화와 글,
그리고 지켜만 보다가 주문을 넣어주시는 회원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해주신 더 많은 분들에게
지난 겨울은
빚을 참 많이도 졌습니다.
지금 세상은 적요합니다.
앞길을 지나가던 자동차의 인적도 끊기고
가끔 동네 개들이 달을 보며 짖습니다.
하루가 바뀌어가는 시간
그렇게 또 하루가 열리고
우리는 또 내일로 건너갑니다.
또 하루라는 시간을 견뎌내기 위하여
화사하게 꽃피울 봄의 언덕으로 건너가기 위하여......
예솔 가족 여러분
편안하고 행복한 꿈을 꾸는 그런 밤 보내십시요.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박남현님의 댓글
박남현 작성일
예솔지기님의 글들이 詩같지만, "속에서 쓴내도"라는 구절을 읽다 보면 지금이 얼마나 힘드신가를 알수 있네요..
건강도 생각하시면서 가능하시다면 천천히 가시기 바랍니다. 강원도에도 비가 오는 것이 봄이 올려나 봅니다..
정채주님의 댓글
정채주 작성일
지기님!
그동안 수고하셨슴니다.
지기님의 글월은 언제나 삶의 냄새가풍기고,
아니,"향기"라고 해야하겠지요.
그로인해 예솔을 찾는이가 더욱 많을것이라
짐작이 가는군요.
저역시 분재를 좋아하고 나무를사랑 한다고하나,
지기님의 그것에비하면 실로 빙산의 일각 입니다.
글속에베여있는 많은 시련과 결실
그또한,내가 체험한듯,나의결실인양 사뭇 공부가 됨니다.
아무쪼록 마무리 잘하셔서,대한민국 제일의 분재 매카로 새로운 다짐의 결실을
이루시길 빌겠슴니다.
남시복님의 댓글
남시복 작성일지금까지 그러하셨듯이 잘 해내고야말 예솔지기를 믿습니다... 힘내십시요 ..
최규근님의 댓글
최규근 작성일이제는 뒤 돌아 보는 짬도 가지시면서, 더 멀리 더 넓은 분재의 세상을 여시어야 하니까, 힘이 부치더라도 조금만 더 가자고, 조금만 더 참자고 하고 싶습니다. 응원만 보낼 뿐 힘을 보태지 못하니, 이역만리에 있음이 너무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