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을 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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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6-09-13 22:10 조회2,780회 댓글4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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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졌습니다.
더운 바람에 헉헉대던 순간들이 불과 며칠 전인데
새벽 바람을 안고 분재원으로 나서는 길에는
싸늘하게 소름이 돋아납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입니다.
성질 급한 소사나무 한주는
이미 가을잎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모과 잎도 서너잎
가을빛을 닮아갑니다.
갑작스런 가을의 방문에
나무들 역시 당황한 빛이 역력합니다.
다른나무보다 일찍 가을이 찾아온 소사나무 한주
요즈음 예솔에서는
솔잎을 뽑고 있습니다.
원래 일정으로 잡으면 11월이 적기이겠으나
한계절 앞선 예솔지기의 성미는
파고드는 철사도 풀겸 한꺼번에 솔잎마저 뽑아냅니다.
그러면서 입가에 맴도는 미소속에
가을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작년 겨울을 지나면서
소나무들이 많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관리소홀...
작년에 수입한 사스기 태간목에 신경을 쓰다보니
여름철 소나무의 엽고병 방제를 소홀히 하였던 것이지요.
그 결과는 참혹해서
해마다 엽고병을 앓던 그럴듯한 해송 몇주가
올봄을 넘기지 못하고 고사해버렸습니다.
평년같으면 무사히 넘기기는 했겠지만
작년 겨울 찾아온 폭설에 한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지요.
엽고병의 흔적-솔잎의 중간에 노란 반점이 생기면서 그 윗부분은 모두 말라 그림처럼 검불이 됩니다.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고롱고롱하던 사람들
어찌어찌 해서 겨울을 넘겼던 사람들도
느닷없는 시련이나 위기가 닥쳐오면
그 고비를 넘기기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 평소 관리가 중요한데
예솔지기 역시 이 함정은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엽고병은 명품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엽고병의 특성상 물로 전염되기 때문에 수관부는 멀쩡한데 아랫가지는 이렇게 눈에 띄게 차이가 날정도로 병이 깊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 엽고병을 잡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네오아소진 액제를 살포할까
-이 약제는 비소 성분이 들어있어 한정된 부분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일정부분 엽고병을 비롯한 세균성 병에 특효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효과가 좋은 약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약상에 가서 농약사와 상담을 해보았습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균에 의한 병은 곰팡이로 전염되는 병과 세균으로 전염되는 병이 있는데
당연히 두가지 병에 따라 약제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엽고병 방제 약제로는 지금까지 리도밀 동수화제를 쓰는 것으로 보아
세균성 질명에 해당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두꺼운 병해충 도감을 펼쳐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내용은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엽고병의 피해를 입어 고사 위기에 몰린 소나무 가지
할수 없이 절친한 취미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엽고병 방제방법을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엽고병을 비롯한 식물에 발생하는 모든 병은
다이센엠 45+톱신 수화제+전착제 를 섞어
5일에서 일주일 정도 간격으로 서너차례 정도 뿌리면
모든 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농약사에 가면
두가지 약제 모두 같은 효과를 내는 약이라며
말릴거라는 첨언도 전해왔습니다.
더구나 두가지 약제 모두
곰팡이성 세균에 잘 듣는 약이라면서 그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경험만한 스승은 없습니다.
두가지를 고민하면서
만약을 위해 동수화제 한병을 추가로 구입하고
6월경 집중적으로 다이센과 톱신을 섞어 뿌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8월을 조바심속에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작년 같으면 이미 자라난 새순에도 병반이 보여야할터인데
올해는 상태가 아주 극심했던 나무의 새순에
극히 일부 병반이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무에 엽고병이 사라졌습니다.
해마다 극심한 엽고병으로 인해 늘 허약했던 해송. 그러나 올해는 모처럼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가지를 해결하는데도
넘쳐나는 정보와 시행착오가 함께 합니다.
나무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는
더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난관을 힘겹게 극복해가면서 얻는 기쁨은
그래서 더욱 클수 밖에는 없습니다.
일찍 물든 모과나무 이파리 하나. 천하의 가을을 알리다.
그러기에 혹자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요.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박창웅님의 댓글
박창웅 작성일경험만한 스승이 없다는말 새삼 느끼게 하는 글 입니다..가을아침 좋은글 보고갑니다~^^
정남길님의 댓글
정남길 작성일예솔지기님의 소중한 글 간만에 보고나니 더더욱 반갑습니다.
박세강님의 댓글
박세강 작성일엽고가 참으로 무섭네요. 저도 동수화제와 수시로 잎정리를 하여 지금은 건강해진 해송을 보며 기뻐하고 있답니다. 지기님의 노력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일상님의 댓글
김일상 작성일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경 강의를 하면서도 다양한 수목의 증상앞에서 막막한 경험이 많았는데 얽힌 실타래 풀리듯 시원함을 만끽 합니다.
소중한 지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