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3-09-27 23:01 조회2,012회 댓글2건관련링크
본문
진도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진도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진도 두 마리가
마리당 20만원씩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새삼 4년전 일이 떠오릅니다.
그해는 올해처럼 비가 많은 9월이었습니다.
9월 18일 토요일, 여동생 가족이 방문하여
예솔 마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었더랬지요.
이 냄새에 회동해서였는지
우리 진도, 그만 땅에 박아둔 말뚝을 뽑고
조금 자유스러우라고 길게 맨 쇠줄을 끌고
어슬렁 어슬렁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이놈 눈치는 비상해서
그냥 어슬렁 거리기만 하더니
그냥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간 진도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도 진도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진도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웃에 전화를 걸어 수소문을 해보고
비가 내리는 집 주위를 수시로 배회하며 찾아보았지만
진도는 끝내 그 흔적마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개가 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 소리를 쫓아 집 주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하루하루는 속절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집을 지켜주던 진도가 사라지니
저 역시 깊은 잠을 잘 수 가 없었습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 작은 미물의 힘에 의지해 우린 편안히 잠들 수 있었던 거지요.
우리 집사람은 몸살날 지경이 되었습니다.
나날이 불면의 밤을 지속하면서
누가 잡아먹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승준이와 같은 해에 우리집에 들어와
동고동락한 사이였는데.....
다만 8월 대목이라서
누군가 잡아갔더라도 당분간 잡아먹지는 않았을 거라는
그런 위로로 집사람을 달래긴 했지만
허탈하기는 저나 집사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방안에 누워있으면
어디선가 개가 우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열하루가 지났습니다.
진도를 포기할 즈음해서
옆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포크레인 작업을 하던 기사가
물이 빠져나가는 바로 길옆 하수구에서
하얀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하여 집안에 거두어 하루가 지났는데
찾던 개가 아니느냐고 물었습니다.
행여나 해서 찾아갔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이젠 잊어버렸다고 포기했던
그 진도가 한길이나 길길이 뛰면서 반가워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진도는 돌아왔습니다.
바로 길옆, 길에서 흘러내린 물을 빼내는 하수구에서
길 게 매준 줄이 오히려 잘못 얽혀서 꼼짝 못한 채
열하룻 동안 물만 마시며
누가 잡아갈까 두려워 짖는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저 낮은 소리로 주인만 부르며
고통스럽게 열 하루를 견뎌낸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련한 주인이란 녀석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들어도 잘못 든 소리라 여기기만 했으니.....
전 전대통령을 지켜주던 진도,
누군가 좋은 주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진도는 한번 정을 준 사람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데
어수선한 정국을 보며
20만원짜리도 못되는 사람들이 설쳐대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럼 즐거운 한주 시작하시길 빕니다.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유호승님의 댓글
유호승 작성일
이곳 대전은 도시라고 하는 삭막한곳입니다만
저에게도 창밖에는 사냥개인 온통 시커먼 색 세타한마리가가 (이름은 버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집앞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곤 해서
그곳에다 대나무 보며 쓰레기 버릴 곳이 아니라는표현으로 제가 키우던 대나무 화분을 놓았는데
그것마저 누군가 가져가 버렸더군요.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러 오면 짖어대는 버드를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드는 통에 원장님의 흰둥이 얘기에 버드를 바라보며 한자 적어봅니다.
방선심님의 댓글
방선심 작성일
그 진도가 여름에 보았던 흰둥이입니까?
대단합니다. 다음에 예솔가면 삼겹살 먹을 때 꼭 한 점 떼어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