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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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6-09-22 09:16 조회2,048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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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운전을 생각하며.
아침 출근길에 초보 운전자를 만났습니다.
집에서 나와 달려가는데
초보운전이라는 글자를 예쁘게 뒷유리에 붙인
초보 운전이었습니다.
바쁜 출근길,
항시 빠듯한 시간을 남겨두고 달려가는 길이라
이런 운전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리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운전자는 고불고불한 내리막길에서
커브마다 브레이크를 밟아댑니다.
속도 계기판을 보니 40km 미만입니다.
평소 60km로 달려가던 길을
저마저도 조심스럽게 앞만 보고 갑니다.
이 커브길이 끝나면
반듯한 길이 약 300미터쯤 나옵니다.
그 길에서 거뜬히 추월하면 되니까 하고 자위하면서
어쩌면 제가 초보운전 때 그랬을 것 같은
이 초보운전의 브레이크 등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초보운전은 반듯한 길이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머뭇거렸던 잘못(?)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저는 졸지에 추월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능숙한 운전자라면
이런 길에서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
뒤따라오는 차가 추월하도록 양보를 해주는데
이 운전자는 그런 여유가 없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초보운전 맞습니다.
이 길끝에서는 또 심한 커브길인데
이 초보운전자가 얌체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커브길에서 머뭇거리며 뒤따라오는 차에게 미안해했을
초보 운전자의 마음도 잠시 생각해봅니다.
이왕 늦은 거 천천히 한번 따라가 보자.
그 사이 몇 가닥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갑니다.
사는 것이 모두 이 같은 경우는 아니었을까?
내가 초보운전이었을 때
오로지 앞만 보면서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뒤따라 오는 차를 방해하지는 않았을까?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에 전전긍긍해하면서
오로지 앞일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다가 어느 정도 운전에 능숙해지고
앞뒤 차들을 돌아다볼 여유가 생기고
전체 차선의 흐름을 생각하게 되면서
그래, 맞아. 우리는 초보시절의 마음은 깡그리 잊고 살았지.
세상의 중심은 항상 자기라고 그랬어
자기를, 자신의 생각을
세상을 재는 잣대로 여기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곤 했지.
그러나 어느 정도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상의 잣대는 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서로의 입장을 비교해가며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조금 더 여유롭게 이것 저것을 보면서
또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들어나갔지.
그러면서 이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세상에는 나보다 월등한 운전자들도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나라는 운전자 때문에
때로는 곤란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지금 앞서가면서 브레이크를 밟아가는
저 초보운전자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는 것
아무리 내 갈 길이 바쁘긴 하지만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이 위태로운 저 사람보다는
바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초보자는 하나를 보는데도 시력이 달리고
고수는 여러 가지를 보면서도 여유로운 것이구나.
세상을 살면서 깨닫는 이런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가을처럼 물들어가는 소중한 아침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정남길님의 댓글
정남길 작성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예솔지기님께서도 평화로운 파란하늘같은 주말이 되시길 빕니다.
나기술님의 댓글
나기술 작성일초보운전자가 도로에처음 나선것처럼 인생살이도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철쭉 꽃망울이 건강한 모습으로 영글어 가겠지요?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읍니다 행복한 날들이 되세요
이경술님의 댓글
이경술 작성일"세사람만 동행이 있어도 반드시 자기의 스승이 있다" 어느 성인의 말씀처럼 그 초보운전자분이 지난날을 생각하게 하셨습니다.그 분이 인생의 스승님들중 한분 아니실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