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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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6-10-22 00:23 조회2,743회 댓글1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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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카페를 건축할 때의 일입니다. 광주에 있는 건설업자와 바닥 작업을 하는데 공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눈으로 보기에도 뚜렷하게 수평이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평이 맞지 않는다고 하니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아주 쉽게 말하더군요.
직접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면 일을 하다말고 돌아가는 것을 알고있는 터라 이번에는 그 공사를 맡은 업자를 조용히 불러 수평이 맞지 않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프로다. 프로는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당신 눈으로 잘못된 것이면 내가 보아도 잘못된 것이고 그 책임은 프로인 당신이 져야 한다. 지금 이 공사가 대단한 공사는 아닐지라도 당신은 이 일을 맡았을 때 당신의 전문가적인 안목과 기술은 물론 당신의 명예도 함께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 사람은 그 말을 빨리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공사가 끝난 부분을 다시 뜯어내어 재공사를 했지요. 마음에 흡족하게 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공사가 끝난 후 그 업자와 순창의 유명한 순대집에 앉아 그 프로정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자기일과 작품에 책임을 지는 사람. 단순이 전문가만을 가리켜 우리는 프로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마츄어중에서도 프로못지 않은 안목과 식견을 갖춘 그런 사람들이 이젠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으니까요.
지난 여름 소나무 한주를 구입했습니다. 요즘 날이 갈수록 귀해지는 것이 소나무여서 장래성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마침 눈여겨둔 작품이 있었으니까요. 때마침 그 분재원이 이사를 한 마당이라서 그냥 빈손을 돌아오기도 뭐 해서 평소 눈여겨보아두었던 그 작품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이 녀석이죠.
나무가 이상하다고요? 물론 사진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나무를 구입한 날이 8월 17일이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았습니다. 아니 살아있었습니다. 조금 세력이 약하긴 했지만 구입하면서 이 작품에 대해 문의를 하니 처음보다 상태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철사는 누가 걸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걸었다고 그랬습니다.
알루미늄 철사가 아닌 반생으로 줄기를 엮고 거기에 여기저기 철사를 얽어매놓기는 했지만 평소 거래를 하던 곳이라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문제는 집에 오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잎색깔이 밝지 않고 응애 피해를 입은 듯 약간 흐린 것이 눈에 걸렸으니까요. 그러나 나무보다는 사람을 먼저 믿은 예솔지기는 바보였습니다.
사진으로도 보기에도 혹성을 갖추었으면서도 눈에 띄는 줄기의 흐름 수관부도 몇년 지내고 나면 소장목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구입한 지 정확하게 54일만에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망 진단을 내리고야 말았습니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요.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흙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산채 당시의 태토가 그대로 묻어있는데 이것이 뿌리내림을 방해해서 나무가 활착하지 못했을거라는 진단이었습니다.
태토가 있다고 해서 모든 나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소 건강하게 생활하던 나무도 이상기후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제대로 분갈이한 작품에 비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두번째 지적할 것은 온몸을 휘감은 반생(건축공사에 쓰이는 철사)이 문제였습니다. 이 나무의 죽은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의 설명과는 달리 판매자가 개작한 것이 아니라 인근의 전문가 몇명이서 지난 겨울 작업을 했고 개작후 분토를 10cm정도 걷어내었으며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알거름을 시비했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뿌리가 흔들리면 안되는 소나무의 특성을 무시하고 분으로 쓴 플라스틱 용기의 둘레를 보기 좋게 잘라내어 관리 과정에서 뿌리가 흔들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무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종합 백화점이었던 셈이지요.
그래도 이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리라 믿었던 것은 판매자의 설명과 함께 눈이 꼿꼿하게 서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꼿꼿하게 서있던 눈은 육안으로 죽음을 확인한 순간까지도 붉은 색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론이나 지식은 경험을 앞지를 수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이 나무의 상태에 대해 통화를 한 다음날 이 나무를 차에 싣고 판매를 했던 분재원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그 분재원장은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판매 당시의 건강했던 나무가 이렇게 갑자기 죽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분토 문제와 철사걸이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설명을 해도 그분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상식이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초보자가 나무를 관리해도 평소 건강했던 나무라면 잊을만 할때 한번씩 물만 주어도 완전히 죽는데 약 6개월은 걸립니다. 그런 설명을 해도 통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나무를 분에서 뽑아보기로 했습니다.
분에서 뽑히는 순간의 모습입니다. 뿌리와 흙사이에 넓은 공간만큼 이 나무가 지탱해야할 대지와의 인연도 엷은 것이었습니다.
분에서 뽑아낸 후의 모습입니다. 산채 당시의 흙과 마사토가 전혀 섞이지 않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용토는 다시 써도 좋을 만큼 소나무의 공생균도 전혀 없이 깨끗했습니다. 나무는 분에 심겨진 모습은 하고 있지만 걸터 앉듯이 버티고 있었던 셈이지요. 거기에 알루미늄 철사가 아닌 반생을 엮어 줄기를 뒤틀고 거기에 군데군데 철사로 얽어 놓았으니 어쩌면 이 나무가 죽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문제가 이렇게 되자 그 분재원장은 자기 나무가 아니라는 걸 자꾸 강조했습니다. 위탁받은 나무라고요. 그래서 판매 당시에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위탁받은 나무라고 하면 잘 안팔린데요. 당연하지요. 위탁받은 나무라면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자기는 여름에도 3일에 한번 흙을 걷어가면서 물을 주어 건강하게 나무를 관리했다고요.
한여름에 사흘에 한번 정도 물을 줘야 하는 나무라면 절대 정상인 나무가 아니었지요. 그리고 그걸 말해주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나는 당신을 보고 나무를 구입한 것이지 위탁받은 나무라고 해서 이 나무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고 판매 당시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나무가 불과 두달도 안되어 완전히 고사했다면 나는 분재 관리를 전혀 할지 모르는 사람이거나 일부러 나무를 죽여 당신을 골탕먹이려고 작정한 사람이 된다. 나는 나무를 잘못 선택한 잘못이 있고 당신은 그런 나무를 위탁받아 판매한 책임이 있으니 당신도 절반을 손해보고 나도 절반을 손해보자. 어차피 소나무란 죽는데만 6개월이 걸리는 나무다. 그랬더니 그분은 지금은 아무말도 할수 없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분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만도 할 사안이었습니다. 최소한 자기가 관리할 때만큼은 살아있었고 그분 말대로 좋아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그분이 주장한대로 그분은 그 나무를 위탁받아 무료로 관리하면서 전혀 이익을 바라지 않고 나무를 판매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즉 이윤을 추구했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게 프로니까요.
물론 저 역시 프로입니다. 그러나 그 나무를 주인말만 섣불리 믿고 나무에 대한 전반적인 관찰을 소홀히 한 저 역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솔에 오시는 분들에게 권하듯이 흙을 약간 파보아 균근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했고 반생으로 엮기전의 모습은 어땠는지 확인하는 것도 소홀히 했으니까요. 특히 소나무의 경우 무리하게 수형을 교정하면 탈이 날 확률이 높다는 것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개작 전의 모습에 관해서도 한마디도 묻지 않았으니..... 그 부분에 대한 책임까지 회피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나무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니 간단히 그렇게 말하데요. 자기 나무가 아니라고.... 그래서 아무 책임도 질수 없다고. 다만 내 손해를 감안해서 다른 나무를 구입하면 싸게 해주겠다고......
그러면서 마침 이웃에서 놀러온 가게 아주머니하고 요즘 아마츄어들을 비난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하기도 힘드는데 요즘 아마츄어들은 프로보다도 장사를 잘한다고... 이제는 자기집에 놀러오지도 않는다고....
인사도 없이 돌아나오면서 저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우선 팔고 보겠다는 그 얄팍한 상술로 팔때 말과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말을 하는 프로라면 아마츄어가 차라리 신선하지 않겠느냐고... 최소한 그 사람들은 자기 나무도 아닌 것을 자기 나무인척 팔아놓고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최소한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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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세강님의 댓글
박세강 작성일많이 속상하셨겠습니다. 금전적인것도 그러하거니와 오랜 신뢰가 무너졌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나도 어찌할수 없소...'라는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김성천님의 댓글
김성천 작성일구입할때 일일이 뿌리상태를 확인할수도 없고 참 속상하시겠어요. 힘내세요.
강병술님의 댓글
강병술 작성일
나무가 사람을 속이겠습니까? 사람이 속이지 원장님
많이 속상 하셨겠습니다. 힘내세요
이경술님의 댓글
이경술 작성일겉과 속이 다른,책임감과 믿음이 없는,타인은 인정해주지 않는,자기 혼자만의 프로(?)가 진정한 프로이겠습니까?
이승주님의 댓글
이승주 작성일오랜안에 들여다 보니 그런일이 있었군요
이현수님의 댓글
이현수 작성일
원장님 왈~~물론 저 역시 프로입니다.
그러나 그 나무를 주인말만 섣불리 믿고
나무에 대한 전반적인 관찰을 소홀히 한
저 역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는 모든 책임을 내가 지는 것입니다 속이쓰리더라도 이런글은 !!!내안목을???
이현수님의 댓글
이현수 작성일취미인이 이런 글을 올리면 골백번 이해합니다 그러나 원장님이 이런 글을 올리면 제발등 찍는 꼴이지요 모든책임은 내탓이요 하면 이해가고 오히려 프로정신을 잃겠는데 ~~~ 너무입바른 소린가요 죄송!!!
예솔지기님의 댓글
예솔지기 작성일이현수님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프로가 더 잘 속습니다. 취미인은 처음부터 꼼꼼히 따지면서 이것 저것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프로들은 서로의 말만 믿고 거래하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그런데 나무를 팔기 위해 앞뒤가 다른 말을 한다면 저같은 사람도 속절없이 당할수 밖에는 없답니다. 그래서 제 발등 찍어가면서 저같이 피해를 보는 분재인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드렸습니다. 아무리 프로끼리라도 세상에는 상도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지켜질 때 이런 글도 필요없게 되겠지요.
예솔지기님의 댓글
예솔지기 작성일그리고 프로라면 나무를 구입하는 것 뿐만이 아니고 판매를 하는 것도 책임을 져야 하는 법입니다. 문제는 판매한 분은 절반의 책임마져도 외면한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정당한 거래가 아닌 일부 사실을 숨기거나 호도하면서 판매를 하고 결과가 이렇게 되니까 뒤늦게 자기 나무가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는 사실이지요. 이현수님 말씀대로 제가 취미인에게 나무를 구입해서 이런 결과가 왔다면 당연히 아무런 말도 할수 없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프로의 책임이니까요. 그러나 이번 상대는 그런 취미인이 아니라 분재원장이고 저뿐만이 아니고 취미인 역시 얼마든지 이런 경우를 당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려는 것입니다.
한승한님의 댓글
한승한 작성일
이현수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내요'
프로는 어떠한 경우라도 자기가 잭임지는 자세가 중요 하지않을까요.
프로는 프로다워야 프로가 아닐까 봅니다.첨에 너무 참견하는것 같아 죄송 합니다,프로끼리 속고 속이며 돌아가는 세상사 열심히 공부하여 속지맙시다.원장님 속상해도 잊으시고 더욱 분발하여 더 좋은 소재구하시면 다 지나간 일이되지 않겠어요,
오늘이 있으면 내일이 있듯이 화이팅 하는 원장님이되시길 빌어봅니다.......원장님 부디 좋은일만 항상 가득하길 ......
예솔지기님의 댓글
예솔지기 작성일승한아. 어른들이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어른들중에는 세상을 밝고 정의롭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도 많지. 충고 고맙고 너희 사는 세상은 이런일 없었으면 좋겠구나. 열심히 공부하거라.
한승한님의 댓글
한승한 작성일감사합니다...
장인환님의 댓글
장인환 작성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