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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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6-12-21 18:32 조회1,865회 댓글8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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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에 핀 눈꽃이
너무도 아름답더이다.
거기에 아침 해까지 배경으로 떠오르니
정말
다시 못볼 풍경이 펼쳐집니다.
나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듭니다.
한컷, 또 한컷....
그러나 이렇게 좋은 풍경속을 달려도
기분은 더 깊게 가라앉습니다.
12월 21일...
몇분이나 오늘을 기억해줄까요?
작년 오늘은
엄청나게 많은 눈이 막바지로 퍼붓고 있었습니다.
무려 보름동안
바람도 없이 그저 퍼붓기만 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보름동안 누적 적설량이
공식적으로 189cm
그렇게 하염없이 눈이 내렸고
가장 튼튼하게 지었다고 자부했던
예솔의 하우스가 무너진 날입니다.
그리고 일년
그 이후로 감기 한번 앓을 새도 없이
앞길을 헤쳐나가느라
정신없이 살았는데
오늘은 미열이 전신을 휘감습니다.
새땅에 새 건물을 앉히는 것보다
있던 것들을 헐어내고 다시 짓는 일이
몇배나 더 힘들다는 것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더구나 그것이 정상적인 해체가 아닌
보호해야 할 것들을 지켜내면서 하는 해체란
더디고 힘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론 목숨을 걸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고
때로는 앞길이 전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지나갔는지
얼마나 많은 갈림길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했는지
앞뒤로 몇 번이나 계산을 두들겨 맞춰보고
불분명한 미래를 향해
소리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살았는지.....
그렇게 일년을 살았습니다.
예솔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차라리 무너지길 잘했다고
덕분에 예솔이 더욱 성장했다고 말씀하시지만
예솔지기의 가슴에 남은
그 절망스러웠던 순간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내손으로 물을 주고
내 손으로 철사를 감고
내 손으로 흙을 털어 분갈이를 해주고
내 손으로 벌레를 잡아주던 것들이
내 눈앞에서 속절없이 꺾이고 부러지며
눈물 한방울도 보여주지 않던
그 순간의 아픔,
그리고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연이어 터진 사고에 사건들...
그러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주었던 많은 사람들
후원해주신 회원님들의 정성속에
예솔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기존의 상처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도약의 첫해를 다짐합니다.
지난 일년동안
예솔 재건을 위해 힘을 실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이경술님의 댓글
이경술 작성일
견디기조차 힘든 고통속에서도,참기힘든 슬픔속에서도,사람이 다시 살수있는 것은 망각이 있어서겠지요?
이 망각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그 고통과 슬픔속에 묻혀 헤어나기가 어렵겠지요! 벌써 그 악몽의 시간들이 일년이나 지났습니다. 결코 잊을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은 없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셨습니다. 험하고 성난파도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순풍이 기다리고 있듯이 모든 사람들이 예솔의 과거와 오늘을 기억할겁니다.
정경자님의 댓글
정경자 작성일
열심히 한 해를 헤쳐오셨겠지요...
쓰러지지 않으시고요....
그 아픔위에 예솔이 우뚝!!!
서 가겠지요....
애 많이 쓰셨습니다....
한 잔의 커피를....
정채주님의 댓글
정채주 작성일아~오늘이 그날 이었군요! 아침에 주고받던 쪽지엔 나만의 넉두리였슴니다.힘들고,힘에겹고,그도모자라 좌절하고,그러나,내한몸 부서져라 바칠수 있는것은 나를 바라보는 가족이 있기에,나를 사랑 하고 아껴 주는이가 있기에 버틸수가 있슴니다.지기님역시 그것과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이 지금의 결실이라 생각 됩니다.부디,촛불을 하나를 켤때와 열개를 켤때와같이 한결같으소서.....
예솔지기님의 댓글
예솔지기 작성일촛불을 하나를 켤때와 열개를 켤때와같이 한결같으소서..... 참 가슴에 와닿는 말씀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도약을 해야겠네요. 그리고 정경자님, 이경술님, 모두 고맙습니다.
강헌중님의 댓글
강헌중 작성일예솔과 인연을 맺은지도 1년이 됩니다. 첫눈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올려 너무 아름답고, 즐겁게 노는 아이모습까지 너무 예쁘게 보여 참! 부럽게 느꼈읍니다. 그 다음 컬럼이 폭설의 피해 상황..... 가입한후 구경만하고 있다가 이때 처음으로 분재를 구매한 것이 벌써 1년이 되었군요.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구매하는 모습이 이런 사이트도 있구나 해서 나도 그런 사이트에 진정한 회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 인연이 되었읍니다. 사람은 앞을 보고 희망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읍니다. 과거의 역경은 지금처럼 가끔 돌아보는 추억으로 두고 앞날의 희망을 보고 살아 가야겠죠. 새해는 황금돼지 해랍니다. 조금만 있으면 모든 가정에 황금돼지 한마리씩 들어 갑니다. 모두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서덕석님의 댓글
서덕석 작성일분재가 역경을 넘긴 다음에야 진정한 수격을 갖추는 것처럼 예솔분재원도 작년 이맘때 눈덩이를 헤쳐나옴으로써 더욱 탄탄해지고 알찬 분재원으로 성장하게 되었지요. 예솔지기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최규근님의 댓글
최규근 작성일
목재와 분재가 있습니다. 같은 소나무 씨지만 좋은 토양에 떨어져서 곧고 크게 잘자란 나무는, 목수에개 선택되어 목재로 죽어잇지만, 어려운 바위 틈새에 내린 씨는 겨우 몇개 만 싹을 틔우고, 그자리라도 복인양 뿌리에서 특별한 액을 내면서 뿌리의 자리를 넓혀가고, 어쩌다 내리는 빗물을 소중히 마시고, 이슬로 연명하며 겨우겨우 자라가지만, 어느날 분재인을 만나서, 좋은 분에 옮겨진 후에는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서 만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 처음의 어려움이 없었다면....
예솔도 지금 이러한 한걸음씩을 내 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거듭나기 위해서 수고 많으셨고, 많은 발전을 기대합니다.
김석운님의 댓글
김석운 작성일분재을 처음 접하니 많이 부닥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