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을 만지면서, 새해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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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3-12-28 00:27 조회1,8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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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눈이 내렸습니다.
산과 들과 도로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도 소복이 눈이 내렸습니다.
잎을 떨군 나무들과
허옇게 속살이 드러난 대지,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추운 우리들의 마음 밭에도
눈은 쌓이면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소리 없이 덮어갑니다.
한해의 마무리는 이렇게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란 욕심 같은 나뭇잎을 버리고
정갈한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데서 출발합니다.
무성하게 웃자란 가지들을 잘라내고
잘못된 방향으로 비틀어진 마음의 갈피를 잡고
상처 입은 자리를 치료하면서
보다 성숙한 아름다움을 준비하듯
겨울은 그렇게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 자리에는 부자도 없고 교만도 없고
서로를 미워하는 질시와 증오의 감정도 없고
자신의 것을 더 챙기기 위하여 아귀다툼하던 정쟁도 없고
가장 솔직하게 옷을 벗어버린
나목의 진실만이 존재합니다.
스스로를 겸허하게 되돌아보며
나무테 속에 한해의 지혜를 묻으며
좀더 현명해진 내일을 향해 침묵하는
우리 모두의 진실만이 존재합니다.
한햇동안
달력의 날짜보다도 더 많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에는 미워한 사람들의 이름이 먼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화해의 악수를 내밀고
고마운 사람들에게는 축복의 인사를 전하면서
다가오는 새해, 2004년을 맞고 싶은 것은
저나 여러분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하여 새해에는
우리 모두 정갈하고 정교하게 손질된 나무처럼
주위에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한해가 되기를.
비록 분(盆) 안처럼 좁은 현실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뿌리를 내려
받은 만큼의 햇볕과 따뜻한 대지의 기운을 받아들여
스스로 충실해지는 한해가 되기를
그리고 곁에선 나무에게도 눈을 주면서
모두가 명목의 꿈을 꾸는 삶이 되기를........
눈이 내린 세밑에서
한햇동안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감사드리며
예솔지기 큰 절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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