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분재계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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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4-02-06 00:15 조회2,124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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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입니다.
어렸을 적 보름날이 되면
깡통에 나무 토막이며 고무신짝을 집어놓고
빙빙 돌리며 불장난 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하얗게 내린 눈속에
아쉽게도 묻혀져버린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 오곡밥이며 나물들을
요즘은 "웰빙"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즐긴다는데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는 오늘입니다.
이런 격변의 흐름속에서
겪어보지도 않고
한해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긴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래가 어느 정도는 감이 잡히게 됩니다.
이러한 평범한 사실을 바탕으로
올 한해 제 나름대로 분재계를 예측해보겠습니다.
분재계는 지금 지각 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분재원들이
소재 고갈과 분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문을 닫는 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쓸만한 분재 소재는 생산되지 않고
가격은 날로 오르는 상황속에서
경기 침체로 판매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반 상가와 마찬가지로
월등한 실력을 갖추었거나
소재를 생산하는 분재원이 아니라면
그만큼 분재원 운영하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더구나 영세한 국내 분재계를 염두에 두면
이런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
분재 가격에 일대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분재 가격의 변화는
무엇보다 물량 부족과 수입양의 증가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래서 수종별로 평균 정도를 유지하던 분재가격이
수종에 따라 가격차가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소재 고갈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해송입니다.
이 해송은 일본에서 과다 생산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화 되고 있습니다.
분재 시장이 협소하고
자연목과 재배목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아온
일반적인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이런 가격차에 따른 수입물량의 증가가
이런 현상을 뒷밭침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요즘에는 자연목과 재배목을 구분하는 메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자연목의 경우는
일본에서도 일반 재배목과 가격차가 현격하고
현재 물량이 압도적으로 달리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격이 상승하거나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스기 가격의 하락추세입니다.
일반적으로 분재는 전시회에 내놓을만한 좋은 소재는
가격에 일대 변동이 온다해도
크게 하락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배목 소재는
생산량의 증감에 따라
가격 편차가 심하게 나타납니다.
이것은 분재 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재배목들은
배양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은 누릴 수 있겠지만
이른바 생산적인 취미활동이라는 분재의 위상과는 달리
다소 소비적인 경향이 강조됩니다.
지금 국내에 수입되는 사스끼는
일본에서 유행한 상품목 중심으로 수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화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꾸준하게 새로운 품종의 사스기가 개발되고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우리 국민성과 맞물려
신품종은 예전과 변함없이 가격 강세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신품종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재를 하시는 분이라면
구입할 때는 신품종이냐 구화냐를 따지기 전에
수형과 꽃을 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세 번째는 소사 가격의 초강세입니다.
소사는 이미 제가 수 년 전부터 예고한 것처럼
가격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수종입니다.
산지에서 소재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데다가
일본이나 미국, 유럽등에서 날로 인기가 치솟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사나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소사 매니아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다가
재배한 소재와 자연소재와의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작년 말부터 시간 나는 대로
저 역시 이런 소재들을 구하려 몇 번 외출을 했었는데
제 감각으로 작년 봄 대비 최소 50% 이상
2년전 대비 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시중에 10년정도 배양된 소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니 가격보다는
좋은 작품이나 소재 자체를 만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며칠 전 광주를 방문하여 내놓은 소사나무를 보았더니
상처 투성이에 가지만 받아놓은 중소품 정도의 나무들도
십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지금 예솔에서 소개중인 정도의 작품들도
무더기로 가져오는데도 주당 10만원,
상처없이 깨끗한 작품들은 - 약 60여주중에서 그래도 20여주가 쓸 만했습니다.
20만원을 호가하더군요.
소재를 취급하는 곳에서도
쓸만한 것들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천덕꾸러기로만 여겼던
소사나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이런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나무(육송) 가격 역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소나무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생활권에서는
상당히 고난도 배양 기술을 요구하는 수종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종이기도 합니다.
요 며칠 돌아다녀 보면서
이 소나무 쓸만한 작품이나 소재는
거의 구경도 하지 못했습니다.
용케 한 분재원에서 쓸만한 소재를 만나긴 했으나
회원이 맡겨놓은 소장목이라 하더군요.
이 소나무 역시 재배목으로는
소나무 특유의 거친 수피와
짧은 마디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소사나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상당한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분재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그 생산에 10여년이 걸리는데다
배양 과정에서 죽이는 경우가 많고
더구나 금리가 내려
한번 소장한 사람은 좀체로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에
소사나무와 소나무의 가격 강세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변화중의 하나는
분재 매니아층이
두 계층으로 양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I M F가 지나면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 현상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것일 것입니다.
빈부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그 여파는 분재계에도 고스란히 미쳐서
주로 재배목 중심의 값싼 소재들을 구입하여 키우는 취미인과
고급 중심의 소재나 작품을 소장하는 분재인으로
분재계가 양분되기 시작한 것은
진작부터 있어온 현상이었습니다.
최근들어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지요.
여기에 장기적인 경제 침체에다가
고급 소재와 작품의 품귀 현상이 맞물리면서
이런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또 하나는 가격체계의 파괴입니다.
기존에는 산지가격과 도매가격, 그리고
소비자 가격이 단계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지금은 도매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이런 현상은 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여
가격은 오르면서 거래는 없는
--사실 거래를 할만한 소재나 작품이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분재계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쓸만한 작품은 일단 판매하면
그와 비슷한 작품이나 소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분재원들은
아예 이런 작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습니다.
이 역시도 분재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분재 취미인들의 안목은 최근들어 급격히 높아가고
거기에 걸맞는 분재는 나날이 줄어들면서
이런 현상은 분재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부 기업과 개인들이
좋은 작품들을 있는대로 수집하여
자연 생태 공원이나 소규모 분재 공원화하여
키우는 분재가 아닌
보는 분재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분재계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분재를 취미로 즐기는 일반인들은
좋은 작품을 소장하는 기회가 힘들게 된다는 뜻이지요.
좋은 전망이 아닌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전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분재계의 현실입니다.
지금 분재계는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분재를 하는 재미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넘겨가는 우리 분재인들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그리고 예솔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참으로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럼 건강한 한해 보내십시오.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조규용님의 댓글
조규용 작성일
아주 유익한 정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