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 첫째 날 여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4-02-12 09:49 조회3,21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여정 1 -2월 6일~7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렸습니다. 어제 내린 눈에 다시 눈이 덧내려 길은 완전히 빙판이었습니다. 국도변에 사는 덕분에 눈내린 아침마다 제설차를 보았지만 누군가 한계령 고개보다 험하다는 뒷고개길을 넘는 길은 까마득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눈을 치우는 덕분에 길은 넘을만하다고 알고 있어 그리로 길을 넓혀갔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고갯길에 오르막길을 넘을 때는 멈춰서면 도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미끄런 길이 계속되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 미리 갈아끼운 스노우 타이어와 카니발의 힘을 믿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더구나 정상을 넘어섰을 때는 눈보라까지 몰아쳤습니다. 시계는 탁 막히고 익히 알던 길이지만 조금씩 나가는 길이 참으로 힘들고 조심스럽습니다.
아마 이번 일본 여행이 그럴 것입니다. 도록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수도 없이 접해본 일본 분재지만 막상 실물을 보러가는 길은 이렇게 조심스럽고 힘든 모양입니다.
눈보라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전라도를 벗어나자 그쳤습니다. 거기에서부터는 일사천리, 맘이 급해 과속 탐지기를 피해가며 열심히 차를 몰아 도착한 유수형 분재교실. 거기에서 오랜만에 해후를 하고 미리 챙길 것은 챙겨가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목적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번 목적은 일본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소사나무의 현황과 일본 분재의 수종들, 그리고 그 수준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출발하는 날 아침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하는 길도 살짝 눈이 내려 길은 미끄러웠지만 유원장님은 능숙하게 차를 몰아갑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 절차를 마치고 유원장님을 비롯하여 경수원 원장님, 거기에서 처음 만난 우리 회원이신 여성분, 그리고 김천에서 올라온 허성씨와도 반가운 해후를 합니다. 그리고 예솔과 가까운 익산에서 올라온 이규남님과도 만납니다. 알고보니 우리 회원도 유원장을 비롯하여 네명이나 됩니다.
제주도라도 가듯 가볍게 비행기에 오릅니다. 다행히 창가쪽이어서 발밑에 깔린 구름위로 티하나 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두시간여를 날아서 내린 나리타 공항에서 또한 가볍게 공항문을 나서서 점심을 하고 첫 번째 방문지인 일본 춘화원으로 갑니다.
아!!!!! 이것이구나. 말로만 듣던 일본 분재가 바로 이것이구나. 아무리 돈을 받고 입장하는 곳이지만 국풍전을 보기에도 앞서 일본 분재에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이런 분재원이 일본에 수도 없이 널려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작은 우물안 개구리였던가....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당히 많은 분재원을 돌아다녔지만 그만한 분재원은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름만 거창한 고목 분재전시관에서는 잔뜩 실망만 안고 돌아옵니다.
하나하나 작품을 뜯어볼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일본은 이렇게 전시 공간을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있고 금하는 곳도 많습니다. 반드시 사전에 승낙을 얻어 촬영해야 하지요.
분력 100년을 넘긴 작품들이 수두룩합니다. 한채의 집을 중심으로 주변의 집을 사서 넓힌 듯한 구조들 속에서 혼자 지나가기에도 빠듯하게 널린 분재들 틈을 헤집으며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기가 바쁩니다. --상세한 사진은 예솔분재원/예솔전경에 실었습니다.
거기에서 소사 두 주를 만났습니다. 하나는 소사 대작에 가까운 현애 작품이었고 하나는 중소품 정도의 모양목이었습니다. 두 나무 다 자연에서의 삶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예솔을 기준한 평가입니다.- 가지는 모두 정갈하게 받아져 있었는데 예솔의 소사와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우리와 가지 받는 양식이 달라서 거기에서는 잡목 분재의 경우 층층히 가지를 만들어 가지가 많아보입니다. 그 작품들에 눈을 주고 카메라를 들이대었더니 유원장이 소사밖에는 모른다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어디 소사뿐이겠습니까? 일본 분재의 잡목을 대표하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수십년을 키워낸 사스끼 소재와 분에서만도 수십년은 넘을듯한 사스끼 그리고 국내에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상당히 많은 매화들 그외에 해송이며 주목이며 향나무 낙상홍등 분재를 한다는 저도 모르는 이름 모를 나무에 이르기까지 분재 하나하나가 바로 예술입니다.
여기에서 일본 분재와 첫만남을 끝낸 뒤 고목 분재전시관으로 갑니다. 8층짜리 빌딩을 분재 전시장으로 만들었다는데 거기에서 만난 분재는 겨우 몇주에 불과합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아무래도 우리가 때를 잘못 맞춘 듯 합니다.
다음은 숙소로 향합니다. 과거 일본에서 납치당했던 김대중 전대통령이 머물렀다는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자마자 잠에 곯아 떨어집니다. 새벽부터 서두른데다 잠시동안만이라도 눈붙일 새도 없이 달려온 일정이 예솔지기에게도 무리였던가 봅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