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이틀째 여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4-02-14 07:51 조회2,828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여정 2 - 2월 8일
다음날 아침은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일찍 잠자리를 잡았으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새나라의 어른이지요.ㅎㅎㅎ 우리 나라에서 어느정도 일식은 구경한터라 식사는 그런대로 먹을만 합니다. 조금 싱겁고 맵지 않다는 것만 빼면 싱겁게 먹고 싱겁게 살 만한 나라가 일본이니까요. 다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철저하게 음식은 개인주의여서 아무리 반찬이 많다 하더라도 한사람 한사람 몫이 따로 나옵니다. 우리나라처럼 한그릇에 떠놓고 여러사람이 숟가락질하는 풍경은 한국사람이 경영하는 식당이 아니라면 한번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음식점에 들를 때마다 곤혹스럽던 것을 생각하면 여기 음식 문화가 합리적이라 생각하면서도 너무 개인주의화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듭니다. 더구나 여기에서는 음식 하나하나값이 따로 매져져 있고 어떤 음식은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해서 장소를 잘 선택해서 들어가면 적은 돈으로도 양껏 배를 채울수도 있습니다.
호텔에서 비교적 가까운 우에노 공원으로 향합니다. 거기 미술관에서 해마다 국풍전이 열린다는데 올해로 79회째라고요. 해마다 그 시기에 그 자리에서 열리기 때문에 세계를 상대로 하는 훌륭한 문화 상품이라고 유원장이 귀뜸해줍니다. 더구나 여기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만으로도 동경 제국대에 자식이 합격한 것보다도 더 명예스럽게 여긴다는 말을 들으니 올해 수상작을 선정하면서 잡음이 일었던 국내 분재전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줄을 서고 마침내 국풍 전시장에 들어섭니다. 줄줄이 놓여있는 작품들은 한마디로 그림같습니다. 오랫동안 분에서 온갖 기술과 정성으로 키워낸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나무들의 분력이 저보다 젊은 애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층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철저하게 사진촬영을 금하고 있습니다. 아니 촬영할 수도 없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밀려간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사람들이 행렬이 장사진입니다. 이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료가 일만원 정도이니 순식간에 천만원벌이는 우습습니다.
정교하게 받아낸 가지 알루미늄 철사대신 구리로 만든 철사를 사용했는데 이 철사는 감아놓으면 단단해지고 색깔이 검어져서 알루미늄 철사와는 대비된다고 유원장의 설명이 뒤따릅니다. 저 역시 구리 철사로 감아놓은 작품은 처음이라서 나무에 철사를 감았는지 안감았는지 눈까지 작으니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온갖 수종, 온갖 형태의 분재들에 눈이 팔려 따로 국풍전을 관람하러 온 일휴원 정사장님이 아는체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모르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중품 사이즈 분재입니다. 이 작품들 역시 그림같은 나무들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 분재조합원들에게 할당하여 몇점씩 출품하는 것이 아니고 예선을 거쳐 출품한 것이니 나무에도 차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더구나 분에서 50년 넘은 분재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 분재 상황을 감안하면 여기 분재들은 비록 소품이나 중품이라도 그보다 더 오래 분생활을 거친 것들이 대부분이니 한마디로 가볍게 볼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3층은 소품 전시장입니다. 시계같은 정교한 기술을 구사하여 만들어놓은 작품들 하나하나가 새롭습니다. 대자연의 축소판이라는 분재미를 그대로 손바닥만한 나무에 구사해놓았으니 분재라면 죽고 못사는 예솔지기에게는 그저 하나하나 작품이 탐이 나고 욕심이 생기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은 생각은 시간에 밀려나와 조합으로 가는 셔틀 버스를 기다립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우에노 공원에는 여기저기 텐트와 파란 비닐 천막이 눈에 띕니다. 한마디로 노숙자들의 집이랍니다. 이런 큰 전시회가 열리는 때면 노점상까지 때려 부수는 우리나라 상황과 여러모로 대비되는 풍경입니다. 그러나 노숙자라 하더라도 여기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공원을 메우다시피한 노숙자들의 텐트는 초라하긴 해도 깔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공원에서 잠깐 공간 이동을 하여 분재 조합 사무실로 향합니다. 거기에서는 일본의 분재원들이 가지고 나온 소품에서 대작까지, 그리고 온갖 수종들의 분재로 성시를 이룹니다. 흥정을 하고 구입한 나무를 포장을 하고 우린 처음 보는 풍경에다가 겨우 40여분 밖에는 시간 여유가 없어 그저 구경하기에 바쁩니다. 더구나 국풍전 관람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여 여기에 전시된 나무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버스에 오릅니다.
여기 도로는 마치 축소된 분재를 보는 느낌입니다. 도로폭이 좁은데다가 거미줄처럼 엉긴 도로망은 택시 기사들도 헷갈린다고 할 정도로 정교합니다. 더구나 길 역시 우측 통행이 아닌 좌측 통행이어서 우측으로만 차를 몰고 다니던 우리에겐 아주 낯설게 느껴집니다. 고속도로 역시 마찬가지여서 넓게 트인 도로가 아닌 편도 2차선이 대부분입니다. 거기에 도로 역시 대부분 유료도로여서 차를 몰고 다닌다면 엄청 많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차는 유원장의 스승이 산다는 곳으로 이동해갑니다. 몇시간 차안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잠시 잠깐 내다보는 밖의 풍경은 한마디로 오밀조밀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인구 일억이 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 걱정했는데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곳 대부분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입니다. 하나의 분재라도 더 사진을 찍기 위하여 디지털 카메라 사용을 자제하였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담아오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2층 목조가옥이 널려있는 마을들을 지나면서 우리가 말하는 수도 없이 많은 적산가옥들이 대자연의 품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서있습니다.
마침내 이시이 원장님이 운영하는 곳에 당도합니다. 여기는 동경과는 달리 시골 느낌이 확연히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원장님의 따님의 환영을 받으며 마당에 전시된 분재들을 둘러봅니다. 이미 일본의 대표적인 나무를 보았기 때문인지 여기에서 보는 분재들은 초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유원장의 스승의 집이 아니라면 그다지 별의미는 부여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나 유원장은 이곳이 일본 분재의 산지라고 말해줍니다. 즉 산채해서 나온 나무를 배양하고 수형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차 생산지라는 의미이지요. 그렇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일본 분재 작가중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유원장 스승님의 저력이 군데군데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 더 많은 사진은 예솔분재원/예솔전경에 실었습니다.
여기를 벗어나 다시 다른 분재원으로 이동해갑니다. 이시이 선생댁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사진 촬영을 허락하여 어느정도 분재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띈 것은 담을 따라 만들어진 육송 정원수입니다. 굵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길이는 담장을 따라 30미터는 족히 넘어보입니다. 그 나무 가지하나하나를 분재처럼 다듬어놓았는데 눈에 띄는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원에 놓인 분재들을 둘러보며 여기는 매화 산지임을 한눈에 보입니다. 고태미가 풍부한 매화들은 활짝 꽃을 피운 채 우리를 반깁니다. 그저 묘목정도나 10년 내외의 분재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와 30년에서 50년 정도 된 작품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곳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도 아쉬운 작품 감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노을이 여기에도 걸쳐져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녁을 한국식 해물탕으로 하는데 속 내용물은 빈약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러나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김치를 먹고 얼큰한 국물이 몸속에 들어가니 뱃속이 오랜만에 포만감으로 가득찹니다. 시간을 내어 잠시 편의점에 들렀더니 우리나라 상표의 라면이며 김치등이 보입니다. 그러나 가격이 장난이 아니어서 우리나라 물가의 세배 정도는 되어보입니다. 싼 것이 있다면 휘발유 가격 정도이고 나머지는 참치 통조림만한 김치가 4천원을 넘으니 왠만하면 우리나라 한끼 식사값입니다. 처음이어서 돈쓸 줄도 모르고 물건 사자니 너무 비싸고 눈으로 구경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체험합니다.
다음에 올 때는 맥심 커피믹스하고 김치 포장된 것하고 끼니때마다 먹을 김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늦게 돌아온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하루를 그렇게 보냅니다. 내일은 또 무슨 풍경이 보여질지 여러분도 같이 기대해주세요.
예솔지기 드림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