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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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룡 작성일09-08-30 20:35 조회2,639회 댓글5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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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보리수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정도 전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보리수가 많이 아프답니다.
그 보리수는 십여년도 전에 부상으로 받은 것이고 더구나 몇 번 예솔에 들락거린 경험이 있어 익히 아는 나무였더랬습니다. 하여 일단 가져오라고 이야기하고 오후에 돌아와 나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보리수를 키우시는 분은 분재에 대하여 조예가 깊은 분은 아닙니다. 그저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고 문제가 심각하다 싶으면 얼른 차에 싣고 예솔로 달려오는 분입니다.
본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나무를 보여드리는 것은 초보 분재인이 겪는 여러 가지 과정이 한꺼번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자 보시죠.
문제의 보리수입니다. 기본 가지가 잘 받아져 있고 나름 나무 모양도 그럴 듯합니다. 거기에다가 분생활을 오래하여 줄기의 고태미 또한 좋습니다. 그런데 왠지 어수선해보이시죠?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장한 가지들입니다. 행여라도 가지를 자르면 나무가 잘못될까봐 봄부터 자라는 가지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장지가 생겨나고 이 도장지 때문에 세력이 약해진 다른 가지들은 여름도 가기 전에 모두 잎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이대로 두면 애써 키운 가지들은 죽고 말 것입니다.
나름대로 나무를 생각했는지 분 위에 숯이 수북합니다. 모두 거둬내면 삼겹살 한근은 구워낼 듯~~~ 그리고 그 사이 자라난 풀들이 보입니다. 분갈이는 제가 해주었었는데 2년이 지났는데도 이끼가 끼지 않았습니다.
숯은 우리 생활에 여러 가지로 이로운 물건입니다. 단순하게 불을 피우는데서 지나 살균과 소독, 전자파 흡수등 여러분야에서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분위에 숯을 올려놓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숯은 구성 물질의 기공이 크기 때문에 이 기공에 나쁜 유해물질은 물론 좋은 영양분들도 모두 흡수해버립니다. 따라서 숯은 분위에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가루를 내어 아주 조금(위의 숯 한두 개 정도)만 흙에 섞어 사용하거나 통째로 뿌리밑에 깔아두면 됩니다. 욕심이 조금 과한 그림입니다.
다음은 잎입니다. 한마디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한눈에 일러줍니다. 이렇게 잎이 일그러져 있는 것은 나무의 새순이 나올 무렵 진딧물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적절하게 진딧물을 구제해주지 않으면 이렇게 잎모양이 뒤틀리게 됩니다. 더구나 나뭇잎의 뒷면에는 희끗희끗한 것들이 보이는데 이것은 응애가 놀고 있는 현상입니다. 진딧물에 응애에 이 나무가 겪었을 시련이 한눈에 보입니다. 이는 봄부터 병해충 방제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줄기입니다. 나무의 고태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가운데 부분을 보면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보입니다. 솜개각충이 모여있습니다. 이 솜개각충은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을 약하게 만드는 벌레입니다. 약을 뿌려도 솜같은 것에 둘러쌓여 있어 잘 죽지 않는데 스프라사이트는 이런 솜같은 것을 녹여낸 다음 벌레를 죽이기 때문에 스프라사이트를 약간 진하게(100배정도) 희석해서 뿌려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이렇게 시들고 병든 잎들이 자꾸 눈에 뜨입니다. 차라리 방학 시작하기 전에 가져오시지. 그러면 적절하게 약을 쳤을 뿐만 아니라 긴 도장지를 잘라내고 그 사이 다른 가지들이 힘을 얻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터인데.... 원망도 덧없습니다. 당시는 8월 말. 가지를 손대면 새로운 순이 나오고 그 순이 굳어지기 전에 추위가 오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저 농약을 친 다음 거름을 충분히 주어 나무의 세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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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벌레, 솜개객충.... 거기에다 거름이 부족해서 잎의 테두리를 두른 노란 테... 보리수이기 때문에 살아남긴 했지만 잎의 무늬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현란합니다. 주기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분위에 숯을 올려놓는 정성보다는 먼저 나무에 대해 이해하고 나무를 괴롭히는 벌레들에 대하여 알아보고 그것들로부터 안전하게 나무를 지켜주는 것이 바로 나무 사랑입니다. 숯 몇 개 올려놓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도 이분은 그것이 마치 최선인양 알고 계셨으니... 이러고도
예솔지기 지인 맞아?
일년을 맡겨두라고 했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거름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그렇게 해서 세력을 올린 다음 올 가을에 도장하는 가지를 자르고 내년 봄부터 충분히 거름을 주어야 내년 가을쯤에는 건강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분재를 하는 분들중에서는 분재원에 맡기면 바로 나무가 치료되어서 금방이라도 좋아질 것처럼 착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약이야 바로 치고 철사도 걸 수 있지만 나무를 회복시키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번 망가진 잎들은 그 무관심과 몰이해를 그대로 간직한 채 가을이 지난 뒤에야 잊혀집니다.
지금님이 관리하고 계신 나무 건강한지요? 분재를 한다고 하는 것은 대상에 대하여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재는 깊은 사랑이며 고매한 취미가 되는 것이랍니다.
오는 구월, 행복하게 시작하십시요.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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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성표님의 댓글
장성표 작성일
구월의 첫날. 예솔지기님의 실물에 의한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교훈이네요. 전체의 나무를 보는 법, 관리법, 병충해 방제, 그리고 분재기르기 초보인 본인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 까지...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
조양훈님의 댓글
조양훈 작성일선생님 참 재미있읍니다 공부도시키고 웃음도 주고 하옇든 명교수 이십니다ㅡㅡㅡ
이진기님의 댓글
이진기 작성일
분재초보님 들의 안목을 한차원 높히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저도 분마다 숫을 .....
또한 응애와 진딧물. 솜개각충의 병충에 증상도
확실히 깨달음이 되였구요.
원장님 감사합니다.
박문교님의 댓글
박문교 작성일한아이를 키우듯이 항상 주위를 하지만 잠시 한눈 팔면 넘어져 무릎이 깨지지요,아버지가 아이를 다키웠다고 숨돌릴 사이면 큰아이도 다치고,깨지고,무릇 부모가 평생 자식에게 관심을 같이고 바라보듯이, 분재도 똑 같은 인생 인것 같습니다, 일전에 저도 아끼던 사쓰기가 예솔지기님의 손길을에 치료를 부탁하고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궁굼도 하지만, 외국 근무에~~`집에 남아 있는 자식 들도 궁금 , 허나 부모가 없어도 건강 하게 자라겟지 믿음 으로 버티고 있담니다.자식이나 분재나 어른의 손길 발자국 소리로큰다 하니 자주 보살피고 물어 ,의사에게진단 받아 처방하면 잘자라고 보답을 할것 같습니다 ,항상 회원님들에게 지식을 나누어주는 예솔지기님에게 감사드림니다
이재룡님의 댓글
이재룡 작성일박문교님, 아직도 귀국하지 않으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8월이면 귀국할거라는 이야기 듣고 내심 소식 기다렸었는데 여기서 뵙네요. 늘 건강 조심하시고 무사 귀국 기원드립니다. 맡기신 사스기는 많이 건강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