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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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9-08-31 11:19 조회2,301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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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 이야기
세상을 살다보면 경제적 가치를 떠나 애착이 가는 것들이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분재를 하는 저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작은 분재 하나에 마음이 쏠리기도 하고 열심히 손대봤자 인건비도 안나오는 일에 한나절을 꼬박 받쳐놓고 그 작은 성과에 취해 하루종일 기분 좋은 적도 있습니다.
이 작은 소나무가 그랬습니다. 언제 제 손에 흘러들어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은 그러면서도 아주 오래된 소나무입니다. 언젠가 월요일 숙제를 하느라 사진을 찍고 난생 처음 가격이란 것을 정해 올리기도 했지만 이 나무를 볼 때마다 작은데 귀엽다. 그런데 언젠가는 손좀 봐야지.... 그렇게 며칠이, 아니 몇 달이 아니 몇년이 흘러갔는지...
대단한 나무는 결코 아닙니다. 분때가 묻어 고태미가 오른 줄기와 적절한 가지배열 모범생처럼 생긴 가지배열에 줄기 앞에 줄기에 자연 상처로 생긴 사리간이 보입니다.
이 나무를 손대고 싶어진 것은 좀 무겁다라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줄기에 비해 수관부가 무거워 좀 가볍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지와 가지 사이의 단이 형성되지 않아 조금 답답한 느낌을 주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면 이 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까?
뒷면의 모습입니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얌전하게 뻗어나간 가지들과 무거워보이는 수관부.... 올해는 다른 해보다 단엽을 약 3주 정도 빨리 한 덕분에 이미 새잎은 가을에 키워야할 만큼 자라 버렸습니다.
측면부-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묵은 잎을 모두 솎아내었습니다. 원래 소나무나 송백류의 잎솎기는 11월에 하라고 사이트나 교과서가 가르치지만 사실 새 잎이 어느정도 자라준다면 한여름에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잎이 뽑혀진 자리에 송진이 흘러 미관상 보기 싫게 되기 때문인데 그것도 크게 걱정할 정도로 많은 양이 흘러나오진 않습니다.
어떤 분재인은 단엽과 동시에 남은 잎들을 모두 뽑아내어 소나무를 아예 잡목처럼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약간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소나무가 잎을 새로 피워야 한다는 것을 혹시라도 잊어 버리기라도 하면...
줄기의 선은 이렇게 자잘한 선이 들어간 것이 고태미와 함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속성으로 뽑아올린 나무에는 매끄러운 줄기의 선이 드러나지만 오래되어 마디마디 이야기를 간직한 나무는 이렇게 자잘한 곡이 들어가게 됩니다. 단연 가치로 봐도 비교가 안됩니다. 속성으로 키운 나무하고는....
길게 자라난 가지들을 몇 개 잘라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피를 줄여야 하니까요.
일단 철사를 걸어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도 왠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줄기에 비해 수관부가 차지하는 높이가 너무 큰 까닭입니다. 이 수관부를 낮추어 우산처럼 만들어야 이 나무의 매력이 돋보일 터인데....
일단 아래 가지를 아래쪽으로 쳐지게 하기 위하여 타이(전선 여러가닥을 묶는 것)를 줄기에 감은 다음 가는 철사를 나무에 걸어 잡아당깁니다. 보통 소나무 종류중에서 이렇게 가지가 수평 아래쪽으로 쳐지는데는 약 100여년의 세월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재는 세월의 축약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이렇게 가지를 쳐지게 만들어주면 나무는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가게 됩니다.
뒷모습입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작지만 만지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한 작품입니다.
이 나무의 밑동과 사리부분입니다. 줄기에 감은 타이끈은 이런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수관부를 최대한 낮추어 보았습니다. 줄기를 뒤로 밀어내었다가 다시 앞으로 잡아당겨 키를 낮춥니다. 이 상태에서 잎이 가지가 굳어지게 되면 나무는 나름대로 멋을 보여줄 것입니다.
늘 따뜻한 성원에 감사드리며..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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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성표님의 댓글
장성표 작성일
결코 작은 나무가 아닙니다. 지기님의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완전변태를 하는군요.
미래에 큰 명품으로 거듭 태어날 것 같은 예감이 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