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사흘 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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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4-02-20 23:16 조회3,000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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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사흘 째 여정
3일째 되는 날은 가방을 모두 꾸려가지고
호텔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어제 잠시 들른 분재 조합을 거쳐
온천으로 이동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비좁은 길을 곡예하듯 빠져나와
분재 조합으로 향합니다.
어제 이미 들른 곳이지만
어제는 시간에 쫓겨 상세히 둘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정을 조정하여 오늘은 여기부터 들르기로 한 것입니다.
시장을 열기 10여 분 전,
분재들을 준비하느라
조합 분재 시장은 부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시간이 되어 시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맨 처음 눈에 띈 분재 하나,
당단풍입니다.
모양은 작은데
생긴 폼이 예사폼이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가격이 비싼 분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재마다 가격표를 붙여놓아
상품과 가격을 보고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구입한 당단풍 높이: 12cm 근경: 17cm 개장하자마자 눈에 띈 당단풍입니다. 맨위의 모습이 정면 아래가 후면 그리고 맨 아래쪽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작지만 일본 분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소재로 넓직한 근장과 작은 키, 그리고 세밀하게 받아낸 가지가 소품의 미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뿌리를 씻는 과정에서 확인해보니 뿌리가 약해서 당분간은 예솔에서 관리해야 할 나무입니다. 이런 이유로 원래 수입 당시에 사용되던 얇은 분을 버리고 약간 깊이가 있는 분에 옮겨 분갈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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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든 작품을
유원장의 도움을 받아 통역을 한 뒤 구입하고 나서
다시 찬찬히 둘러봅니다.
어제는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구경조차 못했는데
오늘은 조금 여유를 찾습니다.
언젠가 제가 산목련(애기고부시)를 하나 소장했었는데
그 꽃이 주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소품으로 만든 애기 고부시 앞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모양은 평범한 모양목으로
굵기는 고작 볼펜 굵기 보다 약간 굵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일만 5천엔
우리나라 가격으로 17만원 정도에 해당됩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그냥 발길을 옮깁니다.
조금 눈에 들어오면
가격이 천정부지이고
어떤 것들은 국내 시장을 감안하면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하여 싸면서도 좋은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나하나 작품을 보고 가격표를 뜯어보고
그러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한두개 뿐입니다.
그런 소재를 발견해도 환율을 계산해보면
어긋나기 일쑤입니다.
다시 당단풍 하나를 발견합니다.
근장이 뛰어나게 발달해 있는데
아직은 미완성품입니다.
그 작품을 유원장을 통하여 구입하는데
여기에서도 이른바 업자 가격이 통합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주인장은
제가 업자처럼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마 그사람 눈에도 선생으로 보였겠지요.
명함을 건네주어도 믿지 못하겠답니다.
유원장이 열심히 통역을 해준 덕분으로 가격 흥정이 되어
그 나무를 구입합니다.
우리나라 원화와 엔화의 비율이
약 11: 1 정도가 되어서
가격 환산이 자꾸 헷갈립니다.
도대체 싼것인지 비싼 것인지.....
또 하나의 당단풍 소재 높이: 28cm 폭: 30cm 근경:8cm 근장: 32cm
두 번째 구입한 띈 당단풍입니다. 맨위의 모습이 정면 아래가 후면 그리고 맨 아래쪽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분재 배양 과정에서 약간의 장난끼가 가미된 작품입니다. 즉 줄기에서 근장 끝으로 매끄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분화구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뿌리를 빗질하듯 가지런히 하여 배양한 것이 아니라 뿌리에 일정한 흐름을 주어 마치 붓을 놀리듯 배양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직 뿌리들이 전부 융합되지 않아 아직은 더 배양하면서 키워가야할 작품으로 현재는 중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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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눈에 띄는 것이 백일홍입니다.
생긴 것 자체가 혹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간 탐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간 이사장님이 가격을 물으니
거의 천만원대에 육박합니다.
저런 나무는 국풍전에 나가도 손색이 없겠다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같이 간 이사장님은 나중에
그 작품을 구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구경하기도 정신 없었거든요.
다음 들른 곳이 사스끼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여기에서는 한국 묘목 시장처럼
나무에 흙을 붙인 채 비닐로 싼 다음
상품명과 가격을 붙인 소재들도 눈에 띕니다.
이 사스끼 소재를 보니
가격차가 천차 만별이어서
나무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토당토 않는 가격도 눈에 띄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 두 개의 소재에 눈이 갑니다.
하나는 황산, 다른 하나는 백림.
황산은 직간에 가까운 나무이고
백림은 우리나라 식으로 만들어진 모양목인데
한눈에 착 안겨옵니다.
한눈에 반해 버린 백림 높이: 39cm 폭: 32cm 근경:13cm 제가 좋은 사스기들을 여러번에 걸쳐 소개하긴 했지만 이렇게 멋있게 생긴 백림은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다른 품종에서는 이에 걸맞는 작품이 없진 않았지만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이것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소재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재들이 작게는 5만엔, 조금 특이하거나 잘 만들어진 것은 45만엔까지 80여주 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래는 뒷모습으로 상처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모습이 일품입니다. 다만 수입 과정에서 윗부분의 수관부를 조금 깊숙하게 잘라 앞으로 가지를 받아내어 배양해야 하며 몸에서 잔가지를 받아내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무는 분에서 배양한 것이 아니라 땅에서 배양된 소재이기 때문에 앞으로 3년 정도면 어느정도 골격을 갖춘 훌륭한 작품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실물은 훨씬 멋있게 생겼는데 사진이 이런 것을 보니 아직 예솔지기 사진 실력이 멀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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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맘에 들고 가격은 비싸고
몇번이나 흥정을 하여 가격을 깎습니다.
그러나 좋은 나무는 좋은 나무인 듯
파는 사람은 그 가격에 파는 것이 못내 아쉬운 가 봅니다.
그래도 대한 남아의 기개를 살려 끝까지 몰아붙이며
그동안 일본인을 상대로 벙어리 행세를 하던 것을 버리고
용감하게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디스카운트를 외칩니다.
이렇게 말해도 서로 표정을 보면서
상대의 의견은 대충 알아듣습니다.
이른바 한국식 뚝심입니다.
황산의 모습 높이: 28cm 폭: 36cm 근경:20cm 두 번 째 예솔지기를 사로잡은 황산의 모습입니다. 이 나무는 어느정도 분생활을 하다가 땅에 내려진 듯 이미 근장이 상당히 발달해 있고 나무의 기본 골격도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상처도 거의 없습니다. 이 정도의 나무라면 올해 지나 내년 가을쯤이면 아마 볼 만한 정도의 수격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린 작품은 어느정도 분에 적응된 다음 인도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예솔지기에게 메일을 보내주시거나 전화로 문의해주시면 상세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전화문의: 019-652-1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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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네 개의 작품을 구입하고보니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중품 이상의 소재입니다.
다른 사람은 대부분 소품 중심인데
역시 예솔지기는 통이 큽니다.
이 무거운 것을 미니버스 있는데까지 운반하려니
하나는 입에 물고 운반해야 할 처지가 됩니다.
여기에서 분재 가위를 하나 더 산 다음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온천으로 가는 모양인데
지금까지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둘러보는 산이 모두 검은 빛을 띱니다.
흙색깔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날이 어두워서 그런지.
어제까지만 해도 평원을 달리는 기분이었는데
온천으로 가는 길은 모두 산맥입니다.
잠시들른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빼서 마시는데
한국에서 마시던 맥심커피 생각이 간절합니다.
온천에 도착해서 나무를 호텔 안으로 옮긴다음
일부러 나를 위해 방을 바꿔 찾아온
이사장님과 나무의 흙을 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일단은 음식점에서 가져온 대젓가락을 이용하여 큰 흙을 턴 다음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털어내며
나무의 이력을 확인합니다.
분재는 흙을 모두 털어내면
그 나무의 이력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먼저 당단풍 소품은
정석으로 만든 소재가 아닌
인위적인 흔적이 상당히 가미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재 배양하는 최신 기술이
집약되었다고 말해야 맞을 겁니다.
당연히 뿌리가 아주 연약합니다.
그래도 이만한 작품을 만나기가 어디 쉽냐고 자위하며
다른 당단풍을 털어내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작업이 쉬웠습니다.
문제는 사스끼입니다.
황산을 먼저 털어냈는데
이 나무는 분에서 어느정도 생활한 것을
다시 땅에 내려 심은 것으로 보입니다.
뿌리를 감싸고 있던 검은 흙을 모두 털어내자
뿌리 안쪽에 녹소토가 보입니다.
이 흙을 하나하나 털어내는 것이 여간 곤혹스런 것이 아니어서
우리집의 고속 분사기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래도 같이 간 이사장님은
그 흙의 알갱이 하나하나를 모두 털어냅니다.
저는 백림의 흙을 털어내는데
이것은 땅에서만 재배한 듯
쉽게 흙이 털어져 나갑니다.
두어시간의 작업이 끝나갈 무렵
다른 사람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곁눈질을 하려고
유원장 방을 갔더니
여기도 장난이 아닙니다.
더구나 사스기 소품을 상당히 구입한터라
평택에서 같이 간 사람들 모두 작업에 매달려 있습니다.
나머지 마무리 작업을 위해 우리방에 돌아와
다시 나무를 검사하고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의 흙을 마저 털어냅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걸레 구경도 못했을 이사장님이
어질러놓은 방안을 정리하고
저는 욕실을 모두 정리하고 씻어내면서
유원장의 도움을 받아 나무를 포장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세 번째 날도 그렇게 같이 포장합니다.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내일은 이제 한국으로 갑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인연이 기다릴지...
낮에 잠시 버스에서 눈을 붙였을 때
집에 돌아가던 꿈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예솔지기 드림
댓글목록
이학수님의 댓글
이학수 작성일
안녕하세요?
대구에 사는 이학수 입니다.
정말 멋있는 여행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가본 곳에 대한 정보를 예솔지기님이 상세히 알려 주시니 정말 가본 것처럼 느껴 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정보 많이 많이 올려 주세요.
건강 하시고 세계로 뻗어가는 예솔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