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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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9-11-25 22:24 조회2,157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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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방문 사진 글 :예솔지기
누구나 가슴속에 그림같은 풍경 하나는 품고 살 것입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마음속에 담아놓은 풍경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20여년 전의 그려진 그림입니다.
사진으로 찍어야지. 그렇게 몇 번씩이나 생각을 하곤 하지만 어쩌다보니 미뤄지고 잊혀지고 그렇게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16일 경 새벽에 일어나보니 별이 총총합니다. 그래. 오늘이야. 문제의 장소를 향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날이 밝아오는 풍경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운을 그리며 순간순간 사라집니다. 몇 번씩 카메라를 손대다가도 작은 것에 연연해하면 안되지......
드디어 현장에 도착. 낚시꾼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문제의 장소로 내려섰습니다.
처음 만난 풍경. 건너편 나무들이 보여주는 그림. 강물에서 일어오는 물안개. 그날도 그랬습니다. 초저녁에 낚시를 드리우고 기다리는데 입질은 없고 그래 내일 새벽 낚시를 기다리자.
이제 햇살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저쪽에서부터 물안개가 무리지어 다가오리라. 그 작은 물안개가 바람에 가볍게 날려가는 쪽에서 해가 찬란하게 떠오르기만 하면..... 20여년을 기다려온 풍경을 다시 또 보게 되리라.
이렇게 조금씩 날은 밝아오는데 건너편의 나무들도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는데 해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집으로 전화를 해봅니다. 거기 해 떴어? 아니, 여기도 온통 안개 뿐인데.... 그런데 거기 어디야?
해가 떠야 할 방향입니다. 강물위에 드문드문 떠있는 바위들 강 건너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나무숲 아직 이 강물이 끝자락 물굽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여기저기 핀트를 맞춰봅니다. 산새소리 외에는 안개는 "진주해온 적군처럼" 머물러 있습니다. 왜 해는 안뜨는데????
아직도 멀었습니다. 조바심에 다시 전화를 합니다. 거기 해떴어? 밥 안먹을거야?
. 마음속의 풍경을 다시 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더이다. 물가에 몰려나온 대수리를 잡아보기도 하고 시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카메라 렌즈에 낀 물방울을 닦아낸 뒤 다시 이곳 저곳을 촬영해보기도 하고....
시계를 보니 일곱시 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게 아닌데..... 오늘은 해가 안뜨는 날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해뜨는 시각이라도 체크해놓을 걸..... 온갖 상념만이 안개속을 헤마다 돌아옵니다.
한시간....... 다시 또 30분. 그날은 그랬습니다. 이렇게 자욱한 안개속에서 물안개가 송이송이 함박꽃처럼 일어나 바람에 날려오다가 툭 터진 저쪽 강위의 산 절벽을 날아오르면 찬란한 햇살을 뿌리며 해가 떠오르고 그 방향으로 날아오른 두루미 몇마리.
오늘은 비록 두루미는 날아오르지 않아도 최소한 이 자욱한 안개는 걷히고 아침 별빛을 보여주었던 하늘처럼 그렇게 맑아와야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무언가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개는 끝이 없습니다. 다시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시계는 느릿느릿 아침 8시를 향해 달려갑니다.
기다림 그리고 아쉬움
20년 전 이 돌 절벽아래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었는데......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 낚시대를 던졌더니 피리 새끼 한 마리 입질도 하지 않아 낚시대 하나 들고 이리저리 헤마다가 그 풍경을 보았었는데... 오늘은 왜?
잔잔한 강물은 20여년의 시간을 밀고 오기에는 힘이 부쳤나봅니다. 아직도 안개만 자욱합니다.
욕심이었을까? 그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거라는 허망한 기대를 다시 이 안개속에 풀어넣고 이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시간. 이미 시계는 여덦시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 풍경, 그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을 우리 회원님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돌아가는 길. 아쉬움에 사진 몇장을 더 찍습니다. 다음에 다시 와야지..... 꼭 찍어서 기억속의 그 풍경을 사진 밖으로 끌어내야지.
여전한 안개. 그래도 발걸음은 자꾸 미적거립니다. 30여분 정도의 거리인데 여기를 오는데 꼬박 20년이 걸린 길 그냥 떠나기엔 미진한 구석이 남아 부질없이 카메레 셔터를 다시 눌러봅니다.
돌아나오면서 한번 더 사진을 찍어둡니다. 오늘도 추억속의 그림으로 남게 될까? 이 풍경도 어느날에는 내 기억속의 그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있게 될까?
돌아나오면서 안개에 젖은 구절초 한무리를 만났습니다.
꽃무리.... 그러나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이 작은 끌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애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나와서 하늘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해가 이미 서너발이나 넘게 솟아올라 있었습니다. 다시온다. 다음주라도.... 볼 때까지 다시 온다.
.....그 날 이후 주말마다 내리는 비.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다만 지금의 바램은 다시 20년이 넘어가지 않기를 .... 반드시 기억속의 그 아름다운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내려는....
아!!! 부질없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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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남길님의 댓글
정남길 작성일
예솔지기의 마음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자연은 그런것이지요.
내가 욕심낸다고 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연이더군요.
담에 꼭 카메라에 담아 오셔서 눈요기 시켜 주시길...
김철호님의 댓글
김철호 작성일오리무중이군요. 인생사가 다 그러질 않습니까?
김철호님의 댓글
김철호 작성일
미완의 펼쳐진 풍경 속이 더 아릅답고 어울릴 같은데...... 안개가 걷치고 나면 또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나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을 그냥 한 곳에만 머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게 퍽 힘든 것 같습니다. 떠나고, 찾고, 탐익하고, 도취되기고 하고 끝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죠. 인생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