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단풍에 대한 몇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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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룡 작성일10-03-02 05:22 조회2,8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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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단풍에 대한 몇가지 생각
지난 2005년 봄 당단풍 600여주를 작업했습니다. 국내 분재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거의 최고 수준이라 할수 있는 분이 18년을 키운 그런 소재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에서 150여주를 미련없이 버렸습니다. 당단풍 특유의 하늘소 침입으로 인해 밑동에 벌레가 먹거나 지나치게 못생긴 것 몸통 일부가 썩어서 상품가치도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이 일차 대상이었습니다.
예솔에 핀 매화- 그향기가 천리를 덮습니다.
그렇게 가져와서 분올림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또 50여주 정도가 화목으로 사라졌습니다. 뿌리 세척 과정에서 흙이 털어져 나가다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흠들이 또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중에서 대부분은 이른바 “새집”을 지었다고 명명했던 하늘소 피해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단풍 배양장의 모습
그렇게 분양을 시작하고 소재목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재가 어떻게 작품으로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함께 공부하기로 했지요.
이렇게 심어 일년에 한번씩 잘라가다가 작년에는 올봄 분올림 작업을 위하여 여름에 한번 더 잘랐습니다.
이후 제 관심 분야 하나가 더 늘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당단풍에 눈에 띄면 유심히 체크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큰 상처 자리가 거의 아물어 예솔지기 눈크기만큼만 남았습니다. 이것도 올해 안에는 완전히 아물 게 됩니다.
먼저 광주의 모 분재원에서 발견한 당단풍이었습니다. 밑동이 상당히 큰 제주산이었는데 원장님은 세주를 100만원씩 분양받아 그중 두 주가 제대로 활착을 하지 못하고 고사하여 버리게 되었다고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나무 분에 심겨져 있었는데 분올림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키운 정성과 나무 크기, 생김새 등에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라이터와 비교한 당단풍의 크기. 사방으로 뻗어간 뿌릿발이 한눈에 보입니다.
두 번째 발견한 당단풍은 이 제주산을 작업했던 분재원이었습니다. 밑동이 한자 정도나 되고 나무 전체는 우람하게 솟은 산수경석을 연상케 하는 눈에 확 띄는 작품이었습니다. 가격 라벨을 보니 50만원대 왜 이렇게 싸? 하고 다시 꼼꼼히 보니 가지 잘라낸 아래쪽으로 타내린 흔적이 너무 컸습니다. 분올림 과정에서 문제, 그리고 또 하나는 나무에 분을 꽉 맞추어 올린 이유같아 보였습니다. 분올림 과정에서는 뿌리는 짧게-이것은 제대로 작업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분은 넉넉하게 쓰는 것이 좋은데 상품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분에 너무 맞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뽑아 뿌리 상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세 번째 단단풍을 만난 것은 전북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유명 분재인의 집이었습니다. 거기에서는 나무상자에 단단풍 한주가 심겨져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나무였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예솔에서 새집을 지었다고 숱하게 버렸던 하늘소 피해목이었습니다. 어? 이런 나무도 팔방근 작업을 했네? 하면서 원장님께 나무 가격을 물었습니다. -아, 그것은 제가 키워보려고 팔지 않는 건데요.
이것이 텐프로가 가지는 가치입니다.
아,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나무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내가 버린 나무를 누구는 소중하게 키우려 저리 애쓰고 있다니. 그것도 내 분재 경력을 곱을 할 정도의 분이..... 왜 그런지 내가 버린 나무들이 아까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는 우리 회원님들도 저렴한 가격에 키우시는 분이 몇분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상처가 많아 텐프로속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땅에 묻어두다보니 상처가 많이 아물면서 나무꼴이 되어갑니다. 나무가 삼간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특이했을까요.
네 번째 단단풍을 만난 것은 일본 여행에서였습니다. 밑부분이 한자 정도 속칭 떡판을 만든 것인데 뿌리를 휘어감아 오래 배양하다보니 뿌리가 서로 엉켜붙어 만들어진 나무였습니다. 그 매력에 구입하여 키우다보니 이상하게도 정이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우리 사이트에 소개한번도 하지 못하고 수년간 키우다가 결국은 분재업을 하시는 분이 구입해가셨는데 이른바 정석대로 키우지 않는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었나 봅니다.
뿌릿발을 확인해보기 위하여 겉흙만 살짝 걷어내 보니.....
이런 단단풍에 대한 여러 가지 눈구경은 우리 당단풍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했습니다. 2005년 당시 소재 상태로 분양하면서 장래성이 좀 있다 싶은 50여주 정도가 남았습니다. 이 나무들을 2007년 봄에 배양장에 묻었습니다.
배양장- 분재원 한쪽에 분갈이 과정에서 나온 흙을 모아 화분 높이의 밭을 만들고 거기에 분에서 빼낸 나무 그대로 심은 뒤 액비 부산물인 깻묵을 뒤섞어 소재를 배양하는 곳
다른 각도에서 본 배양장의 모습
그리고 올 봄 이미 상처가 상당히 아물었거나 이미 아문 나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팔방근. 가지 배열 키운 사람의 정성과 섣부른 성급함으로 좋은 소재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예솔지기 나름대로 계획한 것입니다.
이렇게 실한 작품들만 골라 이번에 분올림 작업을 진행합니다.
분재 장사가 일단 판매하여 이득만 취하면 되지 뭐하러 5년씩이나 더 묵히면서 그런 바보짓을 하는지? 제가 생각해도 장사는 영 젬병입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소재는 현재 키우고 계신분도 없고 앞으로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는데 일본산은 가격이 턱없이 높기만 하고.... 있는거라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그나마 분재를 하는 사람의 작은 책임감은 아닐지.....
매화향이 아름다운 나들이를 재촉하는 봄입니다.
이 소재들을 3월 첫주 주말인 6~7일 분올림 작업을 다시 합니다. 물론 활착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일년동안 예솔에 위탁하실 수 있으며 작품은 가능한 한 직접 눈으로 보시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있는 것을 제대로 키워내는 작업을 위하여 18년에 5년을 더 기다린 예솔지기의 고집에 공감하신다면 이번 3월 첫주말의 예솔 나들이 어떠실지요?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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