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나흘 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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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esolgiki 작성일04-02-24 23:32 조회3,100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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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지기 일본에 가다- 나흘째 여정
오전, 분재 조합에서 쇼핑을 마치고 두 군데 정도 들를 곳이 있다 하여 먼저 소품을 키우는데를 찾아갑니다. 여기에서는 진백, 일본앵(일본 사쿠라, 일명 시월앵) 그리고 백일홍, 느티나무 소품등을 키우는 곳인데 하우스 안에서 일부 관리하고 나머지는 분재 전시장 밑에 북쪽 바람만 막은 채 그 안에서 월동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 둘러보는데 느티나무 소품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정교하다 못해 정밀한 기계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그리고 어림잡아 백여주는 훨씬 넘을 정도의 나무들이 마치 한나무처럼 균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격을 물으니 3만 5천엔, 우리나라 가격으로 40만원에 육박합니다. 아무리 물건이 좋다지만 10년 키운 공력으로는 엄청난 가격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봅니다.
마침 분갈이 철이었는지 한쪽에서는 분갈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분토로 사용하는 마사토를 구경하기도 힘듭니다. 거의 대부분이 적옥토에 심겨져 있습니다. 흙을 갈구리로 털어내는데 씻기까지는 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흙을 털어냅니다.
여기에서의 구경도 시들하여 마침 옆집이 분재원을 하고 있어 그리고 들어갑니다. 마당에서는 근사하게 보이던 분재원이 안에 들어가보니 그렇고 그런 분재원입니다. 주인장은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 낯선 이방인들을 맞아줍니다.
마침 이사장님이 곁에 있어 눈에 띄는 진백 한작품의 가격을 묻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손님이 맡겨놓은 거랍니다. 하여 다시 다른 나무의 가격을 물어봅니다. 역시 이미 팔린 거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작품을 더 물어봅니다. 역시 손님거랍니다. 어떻게 맞추어도 이렇게 맞출 수 있느냐며 서로를 바라보며 껄껄거리며 웃습니다.
그 분재원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소사를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소사 씨앗을 대량으로 수입해갔다는데 벌써 일본인들이 소사나무를 키워 이정도 만들었나 아찔해집니다. 나무를 보니 중소품 정도인데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어쩐지 낯이 익습니다.
주인을 통해 물어보니 부산에서 수입한 것을 가져다가 자기가 키우면서 팔고 남은 거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가격을 물으니 2만 5천엔 우리 가격으로 30만원대에 육박합니다. 가지를 보니 우리나라의 어느 분재원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평범한 실력밖에는 구사해놓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어제 일정에서 빼먹은 부분입니다. 다음부터가 진짜 나흘째 여정입니다.
나흘째 되는 날은 오후에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부담없이 분재원을 구경만 하는 날입니다. 이날 유일하게 찾아간 곳이 오미야 분재촌인데 여기는 원래 분재원 30여곳이 모여 성시를 이루던 곳이라는데 오늘은 우리밖에는 방문객이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찾아간 집은 별로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은 많지 않았습니다. 작품들이 좋고 큰 작품들이 많긴 한데 한곳에 야생화를 내놓고 그것을 팔아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별로 눈에 띄는 작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 역시 못찍게 하는 바람에 여기 저기 놓인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거기에서 조금 빠져 나온 길에는 이 그 유명한 진백이 있던 집인데 막상 보니 사진에서 보이던 황홀함은 별로입니다. 세월에 다소 문질러진 모습이 그렇습니다. 다른 분재 역시 이젠 어느정도 면역이 되어 별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진 못합니다. 다른 분재원과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분재원은 작업장이며 배양장이며 모두 공개하는데 비해 여기는 여기저기 출입을 금지하는 줄을 쳐놓았습니다. 주인은 친척이 왔는지 아예 밖에는 내다보지도 않고 나이 스무살쯤 되어보이는 앳된 젊은이 하나가 손님들을 접대합니다. 그 젊은이에게 분재도구 몇점을 구입하고 나서 여기에 전시된 소사나무를 둘러봅니다. 나무 자체는 밑이 안정된 모습을 하고 있는 평범한 모양목으로 분에서의 나이는 상당수 들어보입니다. 그러나 가지를 받는 것은 서툴러서 정말 소사나무가 안타까워 보입니다. 말이 통한다면 소사나무 배양법을 일러주고 싶을정도로 십리까지 멀어진 가지가 그나마 어쩌나 한 개씩으로 겨우 목숨이나 연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역시 우리 나무는 우리가 키워야 한다고 자위하며 공항으로 향합니다.
다음에는 일본 여행 결산편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여행에 대한 소감은 예솔지기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소감을 바탕으로 쓴 것이므로 혹여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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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준님의 댓글
주용준 작성일이선생님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일이 꼼 꼼하게도 사진과 곁들여 설명해주시니 이해하기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함께 가보고 싶군요. 대전에서 주용준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