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소재 정리작업
페이지 정보
작성자 yesolgiki 작성일11-04-12 23:29 조회3,18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단풍나무 소재 정리작업
지난 1월
예솔에서 분양한 단풍나무 소재입니다.
이 소재들은 성장이 빠른 산단풍이 아닌 내장 단풍을 취목하여
30년 가까이 길러낸 소재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소재입니다.
일반적인 산단풍이라면 이 정도 만드는데
약 8년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잎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빠르게 자금 회전을 시키고
그 결과를 취할 수 있어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장단풍은 잎이 잘기 때문에
뿌리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아주 더딥니다.
거기에다가 소쿠리에 심은 뒤 땅에 뿌리를 내려 속성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서 보듯 밑구멍이 숭숭 뚫린 묘목 상자에서 배양하다보니
그 속도가 더 더딜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 소재가 갖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은 바로 이런 이유로 생겨난 것이며
이외에도 한 사람이 분재를 보는 안목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30년 전 소재 배양을 시작한 관계로
줄기 배열이 이상적인 분재 수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수정하는 쪽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미 분양받으신 분들에게 노파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분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송백 분재가 아닌 잡목 분재의 경우에는
개작을 한다고 하여 짧은 시간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되는 나무의 특성에 맞추어
비교적 긴 시간, 최소 5년 정도의 세월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개작 작업은
나무에 철사를 감고 가지를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셨던 분에게는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첫출발입니다.
앞으로를 지켜보아주세요.
이번 단풍나무 작업은 다음 기준으로 진행하였습니다.
1. 뭉친 부분을 해소하여 새롭게 키워낼 기본을 마련한다.
2. 쌍간, 혹은 3간의 경우 서로 줄기가 조화되지 못한 것들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3. 지금까지 뿌리 발달이 치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줄기 배양에 치중하는 쪽으로 작업한다.
4.6월 초순경 예솔토로 집중 배양할 것을 전제로 작업을 진행한다.
5. 상처가 큰 부분이나 철사가 파고들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두 제거하는 쪽으로 진행한다.
6.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작업한다.
작품을 만드느냐 상품을 만드느냐는
기본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풍나무라면 골짜기 바람소리가 일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는데
줄기가 뭉치고 상처 부위가 부풀어 올라 흐름을 정체시킨다면
명목이 되기에는 이미 틀려 버린 것이지요.
얼핏 보기에 그럴 듯한 상품분재가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한계단 한계단을 밟아갈 수 있도록 작업하였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것들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작은 실망감을 안겨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재라는 것은 마술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정성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가장 정직한 땀과 기다림의 결정체입니다.
단풍나무 7번 모습입니다.
이 나무는 왼쪽의 주간과 오른쪽의 부간으로 이루어진 쌍간입니다.
오른쪽 주간은 단풍나무로서는 드물게 상당한 곡의 변화를 주고 있는 장점이 있으나
위에서 1/3 지점과 2/3 지점에서 상처 처리가 매끈하지 않아 뭉친 부분을 갖고 있으며
왼쪽 부간은 밑부분과 윗부분까지 같은 굵기로 성장한데다가
수관부분에서 뭉친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소재는 이 부분을 해소하는 부분으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분에 올린 뒤의 모습입니다.
배양을 위하여 다소 높은 분을 사용하였고
활착을 하고 나중에 예솔토로 바꿔주기 위하여
깊은 분을 사용하였습니다.
작업 후의 모습입니다.
왼쪽 줄기의 밋밋한 흐름을 해소하고
아울러 뭉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하여 잘라내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오른쪽 잘라낸 부위에서 돋아날 새 순을
왼쪽의 줄기와 조화를 이루며 키워가는 것일 것입니다.
다음은 8번 모습입니다. 이 소재는 두 개의 줄기가 용트림하듯 위로 솟은 모양의 쌍간입니다.
주간과 부간의 굵기의 조화가 적당하고
크기 역시 잘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문제는 이 줄기 역시 단풍나무 특유의 매끈한 줄기가 아닌 뭉친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재를 지금 모습 그대로 가지를 받아가며 키워가면
고급 상품목 정도 되겠지만
잘못된 부분부터 잘라내고 다시 시작하면
나중에 주목받는 작품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언제 이 나무를 새롭게 다시 만드느냐고.
그러나 사람의 경우라면 잘못된 과거를 지울 수 없지만
나무는 가능합니다.
현재 상태 그대로 완성목에 이르는 시간을 5년 정도 잡는다면
잘못된 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다시 키워내는 7~8년
불과 2~3년 여의 시간만 더 투자하게 되면
두고두고 눈에 거스릴 부분이 해소하게 되어
명목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길지 않은 2~3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르는 것이 아까워 그대로 둘 경우에는 상품목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 경우에도 나중에 잘라내고 다시 키워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두고두고 눈에 거슬리는 상품목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잘못된 것을 버리는 것,
과감하게 잘라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결과를 두고 보면 엄청난 차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지요.
다음 작품은 9번 모습입니다. 이 작품은 단목으로 아주 좋은 줄기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관부가 시작되는 1/3 지점에
뭉친 자국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만 해소하면 이 작품은 나름대로 아주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분에 올린 뒤의 모습입니다.
오른쪽 두 개가 나있는 부분의 가지를 하나 잘라내었고
위의 뭉친 부분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었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기 위하여 상처 보호제를 붙이지 않았지만
사진 촬영후 곧바로 캇토파스타를 붙여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은 문제의 10번 소재입니다. 이 나무를 가지고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줄기
그리고 낮은 키.
뭉친 부분도 보이고 철사를 감은 자국도 보이고
이래저래 생각을 다스리다가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분에 올린 뒤의 모습입니다.
예전에 예솔지기가 분재를 처음 배우던 시절
강천사에서 성냥개비보다 가는 묘목 20여개를 가져다가
약 8년 정도 분에 키워 중소품 단풍나무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완성된 밑동이 이만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는
어리디 어린 유목이 아니라
이미 뿌리가 다 만들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작품으로 완성되는 시기를 8년여를 잡아도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라낸 모양이
예솔지기가 한정공개하겠다던 그 비법을 적용하는
가장 적합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 소재를 통하여 여러분은
분재 배양의 놀라운 재미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일단 이 작업이 어려우신 분들은
위의 글을 참고삼아 1년 동안 고민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사이 잎따기도 실습해보시고
상처 치료도 경험해보세요.
이 나무 저 나무등을 자세히 살펴보시고
나름대로 수형을 구상해보는 것도
분재를 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2011년 4월 12일
글 사진: 예솔지기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