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가 죽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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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4-04-02 09:50 조회2,7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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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생긴 나무더이다. 용트림하듯 비틀어 올라간 줄기하며 거북 껍질은 비교도 안되게 깊게 패인 줄기. 단아한 그루 솟음새에 있을자리마다 정확하게 뻗은 가지. 가히 명품중의 명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산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이미테이션 분재, 즉 죽은 나무에 인조 잎을 붙여 그럴싸하게 만든 나무였습니다. 주인은 하!!이나무만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몇번이나 토해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안타까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7천만원에 흥정하며 탐냈다는 것을 떠나 그야말로 돈이 아깝지 않은 명품중의 명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미 죽은 나무인걸요.
예솔지기의 잔인한 취미가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왜 죽였느냐? 고 고문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 나무를 소장하셨던 70대의 젊은이같은 전직 목사님은 쓰라린 상처를 다시 내보입니다.
봄에 서울의 모 분재원 원장까지 초청해서 분갈이를 했다고 했습니다. 나무가 정상적으로 새순을 내밀며 자라나면서 단엽을 한 다른 나무보다 잎이 길게 자라게 되자 이러다 웃자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늦은 단엽을 했더랍니다. 왠지 모를 조바심에 잎이 안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일더랍니다. 그래서 거름을 조금 많이 주었답니다. 그러나 나무가 건강해지기는커녕 날이갈수록 힘을 잃어가더랍니다. 하릴없이 열심히 물을 주면서 기사회생을 매일처럼 빌었답니다. 그러나 결과는 사망!
좋은 분재란 분재는 다 모아뒀다는 그분의 명성을 듣고서도 쉽게 그분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분재원일에 쫓겨 사는 제 형편이 그랬고 그분은 아무한테나 쉽게 나무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여 회원분을 통하여 무작정 그 집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나무를 살펴보니 정말 명목이란 명목은 모두 모아놓았더군요. 명목뿐만이 아닙니다. 일반인이라면 입도 다물지 못할 고가의 현란한 * * 들이 수도 없이 널려있었습니다.
그렇게 분재와 * * 구경을 마치고 응접실에 앉아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우리 심심한 조선깡패 송은이가 어른들의 무료한 대화를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응접실 탐색을 나서더이다. 그놈을 붙잡기 위하여 거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거기 명품중의 명품 소나무 분재 두 개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빤히 보이는 공식인데 나무를 좋아만 하고 키우는데 서툴렀던 이 목사님은 분재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것을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터득하시게 된 거지요. 과유불급이라고 하기도 하고 아는 길도 물어가라 했는데 혹시나 했으면 물어나 보고 작업하셨더라면...
거름은 나무의 성장에 꼭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막 퍼부어댄다고하여 나무가 생각처럼 쑥쑥 자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때를 맞춰, 나무의 상태를 보아가며 가능한한 욕심을 가장 낮추어 묽은 거름을 자주 주는 것이 거름주기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분갈이한 나무는 스스로 뿌리를 내려 터를 잡을 때까지 빨리 건강하게 우거지게 만들고자하는 욕심을 참고 참고 또 참는 것이 나무를 살리는 지름길입니다.
거름주는 철입니다. 제가 만난 목사님처럼 같은 실수를 하실 분이 행여라도 생겨날 까봐 여기 몇자 적어 경계를 삼습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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