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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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솔지기 작성일04-04-14 09:40 조회1,7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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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이던가요.
제가 분재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에는
낚시를 참 즐겼더랬습니다.
으레 토요일 저녁이면 낚시 도구를 챙겨가지고
섬진강으로 달려갔더랬지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소는
순창 동계에 있는 꿀통이란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섬진강 댐을 막느니 어쩌니 하면서
몇 년 전에 좀 시끄러웠던 장소지요.
물이 맑고 깊은데다가
한번 어신이 오면 잔입질이 많은 곳이라
자주 찾곤 하던 그런 장소였습니다.
어쨋든 날이 맑은 가을날, 그 장소 중에서
바위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날은 좀처럼 어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초저녁 낚시에 실패한 우리는
일찌감치 낚싯대를 거둬놓고
새벽 낚시를 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다시 낚싯대를 펼쳐 보았지만
어신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낚싯대 하나를 건져내어
장소를 옮겨가면서 낚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소식이 없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동녘 하늘이 희미하게 물들면서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하더군요.
가을이어서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에서 일어나는 물안개가
참 환상적이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가벼운 미풍이 일자
그 물안개는 바람에 쓸리듯
두줄기 산 사이로 난 강의 협곡 사이로 몰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해가 떠올랐습니다.
그 장엄한 광경에 잠시 넋을 놓고 섰는데
아침 잠을 깬 두루미 몇마리가 물안개를 따라 날아올랐습니다.
그 순간 저는 낚시도 무엇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두고두고 남겨두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후 그 풍경을 못잊어
몇 번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갔지만
그날 아침처럼 환상적이고도 아름다운 풍경은
좀처렴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선경은
예솔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봄철 내내 분갈이에 가벼운 몸살을 앓던 저는
당시 집에서 일을 도와주던 아이와 함께
광주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집에서 막 벗어날 무렵
앞산에 피기 시작한 산벚꽃을 보긴 했지만
그것이 선경의 시작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운전을 그 아이에게 맡기고
저는 습관처럼 주위의 산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한겨울 내내 검은빛으로 잠들었던 산들은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봄기운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간 중간에 화사하게
그리고 하얗게 찍혀있는 산벚나무의 풍경은
아름답다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담양댐을 접어들자
그 물빛에 비치는 산의 모습...
이 풍경은 추월산 앞 휴게소 부분을 지나면서
거의 환상적이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아른거리는 물그림자에 비친
산벚꽃이 핀 산의 모습.
그것은 신선이 산다는 선경의 모습이었습니다.
풍경 좋은 곳에서 산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그 풍경 좋은 곳에서도
잠시 며칠동안 머물다가는
눈이 아린 풍경이 있습니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하여
해마다 예솔 주위를 몇 번이나 돌고 돌지만
번번히 헛탕을 치게 만드는 것은
그 풍경이 불과 며칠간만 보여주는 데다가
비가 내린다든지 하는 날씨의 영향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주중에 임시 휴일이 있어
그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벌써부터 마음이 달아오릅니다.
대부분의 우리 회원님들이
대도시에 둥지를 틀고 사는 까닭에
제가 사는 곳도 님의 눈으로 보면 범상치 않을 터인데
이런 곳에서 유난히도 그 풍경을 보고자 하는 것은
아직 제가 신선이 덜 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그 풍경을 보는 한순간만이라도
선경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예솔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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